미래 먹거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 국내 기업끼리 쫓고 쫓기는 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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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MSBS 인수하며 맹추격… LG화학, 글로벌 1위 수성 자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세계 1위를 놓고 삼성과 LG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삼성SDI가 23일 오스트리아 마그나슈타이어 배터리시스템(MSBS)을 인수한 것이 계기다.

업계 관계자는 “MSBS가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확보한 수주량이 이미 수억 달러에 이른다”며 “삼성SDI는 MSBS 인수로 단숨에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 ‘추격’ 삼성SDI, ‘수성’ LG화학

24일 일본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의 지난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49.5%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시장의 80%를 독식했던 일본 업체들(지난해 48.9%)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LG화학은 2013년 일본 AESC(닛산과 NEC의 합작사)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SDI도 2013년 4위로 순위권에 진입한 뒤 지난해는 3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그동안 삼성SDI는 독일 BMW, 미국 크라이슬러, 인도 마힌드라에 배터리 셀과 모듈을 납품해 왔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이번 인수가 기술 확보보다는 판로 확대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MSBS가 완성차 기업을 대상으로 확보한 수주량이 수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삼성SDI로서는 2008∼2012년 독일 보쉬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만들었다 실패한 아픔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은 현재 10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제너럴모터스(GM), 현대·기아자동차, 르노 등 6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자사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대수가 40만 대에 이르는 데다 2014∼2018년 수주물량이 10조 원을 넘긴 상황이어서 선두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마그나 날개’를 단 삼성SDI의 급부상은 LG화학에 충분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앞다퉈 생산량 확대 나서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도 올해 35억8400만 달러(약 3조9782억 원)에서 2020년 210억 달러(약 23조31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수요 폭증에 대비해 앞다퉈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섰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각각 중국 난징(南京)과 시안(西安)에 연 10만대(LG화학), 4만 대(삼성SDI)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독일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과 싱가포르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SEC를 세웠지만 2년 가까이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결국 설립 2년도 채 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청산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법인 베이징BESK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재도전에 나섰지만 LG와 삼성, 일본 기업들의 아성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삼성SDI#MSBS#전기차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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