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80%가 경유차인 佛 “디젤 선호는 실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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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지자체, 2015년부터 오염물질 다량 배출 차량 진입통제

“프랑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디젤 엔진을 선호해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돌아다니는 승용차 중 80%가 경유차다. 경유값이 휘발유에 비해 약 15% 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마뉘엘 발 프랑스 총리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프랑스는 점진적으로, 실증적으로 디젤 엔진을 줄여나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부터 경유차 억제책을 가동한다. 우선 자동차에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표시하는 승용차 식별제도를 도입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은 아예 도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또 내년부터 경유에 대한 소비세를 L당 2센트씩 인상한다. 프랑스 정부는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세입이 8억700만 유로(약 1조1136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 경유차를 폐차하는 운전자에겐 최대 1만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적지만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는 더 많이 배출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에서 운행 중인 경유차가 배출한 NOx는 전체 자동차 배출량의 83.5%를 차지했다. CO₂는 공기 중으로 퍼지는 반면 NOx와 PM은 무거워 잘 이동하지 않는다. 지구 환경보호 차원에서는 CO₂ 규제가 시급하지만 도시 차원에서는 NOx와 PM 관리가 중요한 셈이다. 이에 영국에서도 경유 택시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일본 자동차전문 조사기관 포인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18개국에서 한 해 승용차 판매량 중 경유차의 비중은 2011년 55.7%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2년 55.2%, 2013년 53.3%로 하락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시기엔 비용에 민감한 법인차량이 시장을 떠받쳐온 만큼 경유차가 많이 팔렸지만 최근엔 일반인의 자동차 소비가 증가하면서 진동과 소음이 적은 휘발유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 시행으로 차 가격이 오른 점, 환경에 대한 인식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경유차의 본고장인 서유럽과 반대 추세다. 최근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에 연료소비효율(연비)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경유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신규 등록 승용차 중 경유차 비중은 2010년 18.5%에서 지난해 32.4%, 올해 1∼9월 38.0%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유차 인기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경유차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올해 한국GM의 ‘말리부 디젤’을 시작으로 르노삼성자동차는 ‘SM5 D’, 현대자동차는 ‘그랜저 디젤’을 선보였다. 내년엔 현대차가 ‘쏘나타 디젤’, 기아차가 ‘K5 디젤’을 내놓는다.

이에 더해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취지로 내년 9월 경유 택시가 도입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9월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강화한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 택시(연간 1만 대)에 대해 유가보조금을 지원하는 ‘여객 자동차 유가보조금 지급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의 연합인 한국환경회의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은 “경유 택시는 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택시운전자의 건강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LPG 차량보다 경유 택시가 비싸기 때문에) 택시운전자들의 사납급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경유차#디젤#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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