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친 품종개량이 키위名家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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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제스프리 연구센터 르포

제스프리는 당도, 경도(단단한 정도), 색깔의 자체 기준을 만족시킨 제품만 수출한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베이오브플렌티의 애그퍼스트 연구소에서 이곳 직원이 골드키위의 색깔을 점검하고 있다. 제스프리 제공
제스프리는 당도, 경도(단단한 정도), 색깔의 자체 기준을 만족시킨 제품만 수출한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베이오브플렌티의 애그퍼스트 연구소에서 이곳 직원이 골드키위의 색깔을 점검하고 있다. 제스프리 제공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찾은 뉴질랜드 북섬 베이오브플렌티 지역의 작물·식품 연구소 테푸케 연구센터.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50여 개의 키위 품종 중 24종을 연구 개량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골드키위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이곳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앨런 실 박사는 “타깃 소비자들에 맞춰 다양한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와 제휴를 맺고 키위 품종을 연구하는 곳은 키위 전문 기업인 제스프리다. 제스프리는 세계 키위 시장의 약 25%를 점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제스프리는 연매출의 1.2%가량인 14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30억 원)를 매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쓴다. 제스프리 최고경영자(CEO)인 레인 재거 대표는 “꾸준한 R&D를 바탕으로 품질 관리를 계속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센터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품종 개발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품종 하나가 개량되는 데 10년이나 걸린다. 이를 통해 개량해낸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선골드’ 키위다. 기존 골드키위는 뾰족한 모양 탓에 수출할 때 서로 부딪쳐 손상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꼭지의 모양을 둥글게 개량했다.

제스프리는 최상급 제품만을 골라 수출하는 전략을 쓴다. 무게 당도 경도 색깔 잔류농약 등을 검사한 뒤 기준을 통과한 ‘상급 제품’만 수출한다. 품질이 좋아도 모양이 이상해 포장 직전 탈락하는 제품 비중도 20∼3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제스프리의 사례를 국내 농업에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 농협 중심의 영세화된 R&D·마케팅 형태를 품종별·전국 단위로 키워야 한다는 것.

제스프리의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인 멜라니 파머 씨는 “우리는 전국의 키위 농가 2700여 곳이 한데 모인 협동조합”이라며 “R&D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전국 단위로 조합이 조직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자 조직이 R&D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생산과 판매 등 농가 현실을 반영한 R&D 계획이 수립돼야 농가 수익 창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웅가누이(뉴질랜드)=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뉴질랜드#제스프리#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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