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찾은 뉴질랜드 북섬 베이오브플렌티 지역의 작물·식품 연구소 테푸케 연구센터.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50여 개의 키위 품종 중 24종을 연구 개량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골드키위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이곳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앨런 실 박사는 “타깃 소비자들에 맞춰 다양한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와 제휴를 맺고 키위 품종을 연구하는 곳은 키위 전문 기업인 제스프리다. 제스프리는 세계 키위 시장의 약 25%를 점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제스프리는 연매출의 1.2%가량인 14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30억 원)를 매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쓴다. 제스프리 최고경영자(CEO)인 레인 재거 대표는 “꾸준한 R&D를 바탕으로 품질 관리를 계속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센터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품종 개발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품종 하나가 개량되는 데 10년이나 걸린다. 이를 통해 개량해낸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선골드’ 키위다. 기존 골드키위는 뾰족한 모양 탓에 수출할 때 서로 부딪쳐 손상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꼭지의 모양을 둥글게 개량했다.
제스프리는 최상급 제품만을 골라 수출하는 전략을 쓴다. 무게 당도 경도 색깔 잔류농약 등을 검사한 뒤 기준을 통과한 ‘상급 제품’만 수출한다. 품질이 좋아도 모양이 이상해 포장 직전 탈락하는 제품 비중도 20∼3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제스프리의 사례를 국내 농업에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 농협 중심의 영세화된 R&D·마케팅 형태를 품종별·전국 단위로 키워야 한다는 것.
제스프리의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인 멜라니 파머 씨는 “우리는 전국의 키위 농가 2700여 곳이 한데 모인 협동조합”이라며 “R&D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전국 단위로 조합이 조직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자 조직이 R&D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생산과 판매 등 농가 현실을 반영한 R&D 계획이 수립돼야 농가 수익 창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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