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車시트는 □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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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로 만들고… 알아서 목 보호하고… 안마기능 갖추고…
안전은 기본, 항공기 1등석처럼 진화하는 자동차 시트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22일 헌정 모델인 ‘베네노 로드스터’를 공개했다. 전 세계에 단 9대만 판매되는 이 차의 가격은 약 330만 유로(47억8500만 원).

슈퍼카 특유의 높은 가격, 강한 성능만큼이나 베네노 로드스터가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2개의 시트 소재로 탄소섬유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차체 소재로 사용되던 탄소섬유가 이제는 차량 내부로도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강도는 10배인 반면 무게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향후 철을 대체할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베네노 로드스터는 차체는 물론이고 시트 일부에까지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한 결과 정지 상태의 자동차가 시속 100km에 걸리는 데 채 3초가 걸리지 않는 등 더욱 강한 성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공기 1등석 좌석처럼

자동차 시트가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시트는 고객이 자동차와 처음으로 신체 접촉을 하게 되는 포인트인 동시에 주행 내내 승객들이 몸을 의지해야 하는 공간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 또한 다양한 시트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화두는 ‘편안함’이다. 장시간 운전 속에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좌석 시스템 ‘드라이빙 포지션’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렉서스의 준대형세단 ‘뉴 제너레이션 GS’에는 실제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신장, 체형을 가진 운전자들이 편안한 운전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엉덩이의 위치, 시트 위치, 스티어링휠의 위치, 각도 등을 조정하는 기술이 구현돼 있다.

볼보자동차의 경우 ‘S80 T6 이그제큐티브 모델’에 한해 통풍 시트를 적용했다. 시트의 쿠션과 등받이에 팬을 넣어 시트의 온도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더운 날에는 몸에서 배출되는 습기를 제거해 차량 내부 상태를 상쾌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에어스카프’ 또한 유사한 역할을 한다. 에어스카프의 역할은 시트 안에 팬을 장착해 찬 바람을 따뜻한 공기로 바꾸는 것이다. 따뜻한 공기는 주행 시 운전자 및 탑승객의 머리와 목 부위를 감싸주는 기능을 한다. 열을 반사하는 코팅을 가죽시트에 적용하기도 했다. 뒷좌석 시트에도 다양한 기술들이 숨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고급 세단인 ‘에쿠스’와 ‘K9’에는 뒷좌석에 탑승하는 고객들을 위해 ‘원터치 릴렉스 모드’ 기능이 적용됐다.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시트를 앞쪽으로 눕히는 기술이다. 다리를 편하게 걸칠 수 있는 ‘레그 서포트’도 설치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마치 항공기 1등석 좌석에 앉은 듯 탑승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쿠스와 K9에는 헤드레스트의 좌우 부분을 접을 수 있는 ‘윙아웃 헤드레스트’ 기능도 설치돼 있다.

안마 기능을 갖춘 시트도 있다. 포드의 대형 세단 ‘토러스’ 운전석에는 포드의 독점기술인 ‘액티브 모션’을 통해 운전자의 피로를 덜도록 설계된 멀티 컨투어 시트가 탑재됐다.

부상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유사시 탑승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볼보자동차가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경추 보호 시스템’은 차량 시트와 관련된 대표적인 안전 기술로 꼽힌다. 일정 강도 이상의 후방 추돌이 발생할 경우 앞좌석 등받이를 빠르게 뒤쪽으로 이동시켜 경추 부상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신개념 안전장치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넥 프로 헤드레스트 또한 후방 충돌 시 헤드레스트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40mm, 위로 30mm 움직여 목, 척추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벤츠의 ‘프리세이프’는 사고 발생 시 스스로 예방조치를 해 승객의 부상을 최소화하는 능동적 안전 시스템이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강한 언더스티어(운전대를 꺾었을 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차의 앞머리가 밖으로 미끄러지는 현상) 등 사고와 관련된 신호가 감지될 때 시스템이 스스로 탑승자의 좌석 위치를 바로잡아 최적화된 상태에서 에어백이 터질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어린이 승객을 위한 안전 기능도 있다. 볼보자동차는 뒷좌석에 주로 앉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용 2단 부스터 시트’를 제공하고 있다. 신장 95∼140cm, 체중 15∼36kg의 어린이가 사용하기 적합하게 설계됐다. 최대 300mm까지 시트를 앞으로 움직이는 ‘어린이용 슬라이딩 부스터 시트’도 있다. 부모가 뒷좌석에 앉은 자녀들의 안전을 보다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게끔 설계된 것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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