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작…실적 부풀리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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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고객' 위장, 평가전 개별 방문도

공공기관들이 고객만족도 조사 점수를 일부러 높이는 한편, 실적 자체를 조작하는 행태를 관행처럼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공공기관의 관계자들과 노조간부 등에 따르면 고객만족도 조작행위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임직원 친인척을 고객으로 위장하거나 조사 대상자를 로비성 여행에 초대하는 등 행위가 일종의 관행이라고 털어놨다.

익명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고객만족도 조사는 완전한 사기"라고 폭로했다.

그는 "평가 때마다 고객에게 연락해 최고점수를 달라고 요청하고, 그나마도 진짜 고객이 아닌 경우가 많다"면서 "당장 내가 관리하는 평가대상자도 고객이 아닌 친인척 중 한 명이다.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관이 '융통성 있게 하라'고 한 마디 하면 적당히 숫자를 고치는 등 실적도 부풀린다"면서"상당수의 기관에서 고객만족도 뿐 아니라 실적도 조작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고객을 일일이 찾아가 높은 점수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한 공공기관의 핵심 관계자는 "작년에는 평가 한 달 전부터 고객만족도를 잘 받아오라며 직원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면서 "예컨대 우리에게 교육을 받은 고객들에게 선물 하나씩 들고 찾아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다른 공공기관은 다들 이렇게 해왔고 심지어 전담팀까지 꾸려놨다"며 "그동안 정직하게 했던 우리만 피해를 봤던 셈"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관은 이에 대해 "선물이 아니라 교육을 받을 당시 수량이 부족해 다 나눠주지 못했던 관련 자료를 뒤늦게나마 전달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관은 작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단숨에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뛰었고 직원 1인당 600여만 원의 경영평가 상여금을 받았다. 매년 평가철이 되면 고객방문 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하거나 거의 전 직원을 대민봉사에 내보낸다는 기관도 있다.

법인 고객 비중이 큰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조사대상 법인의 평가대상자들을 공연에 초청하거나 1박2일 제주도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별도의 노력을 한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고객만족도 조사 전에 직원들을 내보내 서비스를 해주곤 한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직간접적으로 고객만족도를 좋게 나오게 하려는 행위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행태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고 직원들의 성과급 액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점수를 조작해 제 몫 이상의 성과급을 받는 행위는 국민의 혈세 낭비일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정작 제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우리 인력의 10% 이상이 평가 업무에 매달려 엄청난 인력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에선 "직원을 전부 다 동원하는 바람에 국정감사 준비를 할 사람도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한편, 공기업의 고객만족도 지수(평균점수)는 2006년 이후 5년간 83.6점에서 93.7점으로 30점 이상 급등했다. 준정부기관 역시 79.4점에서 89.6점으로 20점 이상 점수가 올랐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공기관의 불친절 신고 건수는 2008년 2만 7509건, 2009년 2만 8163건, 2010년 3만 4510건, 2011년 3만 2082건 등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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