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지도=富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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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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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7대 커피전문점 매장 분포 조사했더니… 지역 편중 뚜렷

#1.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역에서 선릉역 방향으로 150m쯤 가자 커피숍 ‘카페 루카’가 보였다. 30걸음쯤 더 가니 ‘커피니’가 나왔다. 같은 블록에 ‘탐앤탐스’와 ‘카페 네스카페’가 나란히 있었다.

#2. 서울 도봉구 창동에 10년째 살고 있는 정진아 씨(27·여)는 ‘동네 친구’들과 노원구에서 만난다. 자신의 집 인근엔 커피숍이 몇 개 안 돼 주말에 자리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 씨는 “친구들을 집 근처로 불러도 갈 곳이 없다”고 불평했다.

동아일보가 1일 점포 수 기준으로 국내 7대 커피 전문점 매장의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역별로 ‘커피 디바이드’가 극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 디바이드는 경제력이나 유동인구에 따라 커피 전문점 매장의 지역별 분포가 극명하게 차이 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서울, 강남구>서초구>중구 順

6월 20일 현재 카페베네(787개), 엔제리너스(600개), 스타벅스커피(442개), 할리스커피(380개), 탐앤탐스(332개), 투썸플레이스(242개), 커피빈(217개) 등 커피 전문점 ‘빅7’의 매장 수는 정확히 3000개다.

3000개 가운데 40.5%인 1215개는 서울에 있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구엔 246개(서울 지역의 20.2%)가 몰려 있는 반면 도봉구엔 5개(0.4%)밖에 없었다. 이런 지역별 편중 현상은 모든 매장을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외국계 스타벅스와 커피빈에서 두드러졌다. 커피빈은 전국 매장의 4분의 1인 56개가 서울 강남구에 있다.

서울 구별로는 강남구에 이어 서초구(127개), 중구(108개), 종로구(78개), 송파구(75개) 순으로 많았다. 대부분 사무실이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전형적인 베드타운 지역인 도봉구(5개), 강북구(11개), 중랑구(14개), 은평구(15개), 노원구(18개) 등은 수가 적었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서울 1215개, 경기 506개, 부산 243개, 대전 116개, 대구 107개, 광주 102개 순이었다. 특히 경기와 부산에선 신흥 부촌으로 꼽히는 성남시와 해운대구에 각각 85개, 60개가 몰려 있다.

커피빈코리아 관계자는 “매장을 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유동인구”라며 “서울 노원구 상계동, 경기 안양시에도 매장을 열고 싶은 곳이 있지만 이미 다른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진출해 있어 계약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비싼 커피 맛도 좋을까? 전문가들, 눈 가리고 마셔보니…

○ 서울 강남엔 ‘커피 버블’ 논란도

서울 강남 지역에선 ‘커피 버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테헤란로 3.45km 구간에는 대로변 1층에만 커피 전문점 53개가 몰려 있다. 양쪽 대로변으로 130m마다 1개꼴로 있는 셈이다. 특히 약 6000명이 근무하는 역삼동 한신인터밸리24 건물에는 커피숍만 4개 들어서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년 전보다 커피숍이 2배로 늘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65m² 이상의 대형 매장이나 33m² 미만의 테이크아웃 커피숍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퇴출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역삼역 인근 ‘코나빈스’ 매장은 면적이 297m²에 월세가 3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코나빈스에서 반경 50m 이내엔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홈스테드커피가 들어서 있다. 홈스테드커피를 빼고 모두 작년에 새로 문을 열었다. 테헤란로의 한 커피 전문점 운영팀장은 “하루 매출이 80만∼100만 원인데 전시 효과를 위해 적자를 보면서도 매장을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국내 커피 전문점#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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