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높은 수준의 FTA’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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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한중일 FTA의 시작을 알렸다.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에 버금가는 개방 수준의 FTA를 맺겠다는 것으로, 이르면 내년 5월 3국 정상이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3국 대표단은 1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한중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 7차 회의를 갖고 연구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문안 검토, 장관 회의를 거쳐 내년 5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3국 대표단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중일 FTA는 세 나라 모두에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고 실현 가능하다”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면서 민감한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방 품목에 대한 예외 및 유예 기간을 최소화하자는 뜻이다. 대표적인 높은 수준의 FTA인 한미 FTA와 한-EU FTA의 개방률(5년 내 관세 철폐 비중)은 각각 95.7%, 99.6%다.

한중일 FTA의 최대 쟁점이 될 농산물 분야에 대해선 “각국이 민감성을 적절히 고려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할 것을 권고한다”고 에둘러 표현하며 개방 수위 판단을 본협상으로 미뤘다. 또 분쟁 해결 절차 도입, 공정거래 보장 등 포괄적 규범 분야를 FTA에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국내총생산(GDP) 합계 12조3443억 달러, 인구 15억1780만 명의 세계 3위 경제공동체가 탄생한다. 하지만 협상 타결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농업 보호 성향이 강한 일본, 포괄적 FTA에 소극적인 중국, 양자 간 FTA를 선호하는 한국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역사·영토 분쟁에 어업 갈등까지 빚으며 3국 간 관계가 악화된 것도 장애물이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FTA교섭대표는 “정치적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나라들과는 FTA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교적 고려가 FTA의 최우선 요소인 만큼 현실적으로 (빠른 마무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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