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이하 구매시 ‘신용카드 결제 거부’ 허용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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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장모 씨(55)는 지난달 한 고객이 1500원짜리 고무장갑을 사고 신용카드를 내밀자 "그냥 현금으로 내라"고 했다. 고객이 "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느냐"고 화를 내 큰 싸움으로 번졌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1만 원 이하 소액에 대해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런 다툼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전체 카드결제 10건 중 3건이 소액결제이고, 현금을 가급적 소지하지 않으려는 최근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올해 말까지 마련해 내년 초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대책을 마련한 것은 카드를 받지 않는 가맹점에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도록 한 현행법이 중소상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데다,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규정인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당초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금액을 1만 원 미만으로 정하려 했지만 1만 원짜리 물품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 결제거부대상 금액에 1만 원이 포함되도록 했다. 미국과 캐다나 등이 10달러 이하를 소액으로 보고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감안했다. 금융위는 현금결제가 지금보다 늘어나 세금탈루가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가맹점이 1만 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해도 현금영수증은 반드시 발급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와 달리 현금으로 결제할 때 물품대금을 싸게 해주는 이중 가격제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카드 결제 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가격제가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보류했다.

7월 기준 신용카드 승인실적 6억9000만 건 가운데 1만 원 이하 카드결제는 2억 건(29.2%)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카드결제가 제한되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 주인들은 카드를 반드시 받도록 한 의무수납제 자체를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와 상인 모두 불만스러워 하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정책이 갈등의 골만 깊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점포에 카드 단말기가 보급돼 있는데 1만 원 이하에만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소비자와 점주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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