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이어 中마저… 신흥국 경제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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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도 비교적 꿋꿋하던 전 세계 제조업이 후퇴하는 징후를 보이고, 세계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가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4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110포인트 이상 폭락한 끝에 전날보다 63.46포인트(3.59%) 떨어진 1,706.19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인 1208원까지 상승하다가 전날보다 15.90원 오른 1194원에 마감됐다. 독일 등 유럽 증시는 4일(현지 시간) 3% 안팎의 하락세,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4일 2%대 하락세로 각각 출발했다.

○ 장기 경기침체 신호탄?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 세계 제조업 업황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3일 JP모건이 발표한 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50.2에서 지난달 49.9로 하락했다. 제조업 PMI는 제조업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로 50을 넘으면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을, 5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수가 50을 밑돌기는 200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조사기관인 마르키트가 발표하는 유로존 제조업 PMI도 8월 49.0에서 지난달 48.5로 떨어져 2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프랑스(48.2) 스페인(43.7)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제조업이 위축됐고 그동안 호조를 보여 온 독일조차 50.3을 기록해 생산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신흥시장도 비틀거리고 있다. HSBC는 지난달 한국의 제조업 PMI가 47.5로 전달의 49.7보다 더 떨어져 지난해 10월(46.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HSBC는 “한국 제조업은 장기적인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긴축에 나섰던 인도는 50.4로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일본도 9월 생산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HSBC가 발표한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도 49.9로 3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치는 51.2로 전달보다 소폭 상승했다.

세계 제조업의 동반 부진 양상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여파가 신흥국으로 본격 전이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상당 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유럽의 제조업 위축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전반적인 경기 하강으로 수출시장이 크게 타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도 비틀, 구원 여력 없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제조업은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충격에서 곧바로 회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의 재정적자로 경기 부양은커녕 긴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특히 고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회복을 이끌던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엔진이 덩달아 식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위기가 오래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융과 선진국의 문제가 실물과 신흥국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재정 및 수출 여건이 양호하던 신흥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조차 글로벌 경기 하강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선진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외환경 악화, 지방채 문제, 부동산시장 둔화, 민간 신용대출시장 부작용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유럽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으로서는 유럽이 흔들리면서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메릴린치는 고리대금시장, 부동산 폭락, 은행 부실채권, 자금 이탈을 중국 경제의 4대 위험요소로 지적하면서 앞으로 3개월에서 3년 안에 이들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 내 외화자금 경색에 위안화 자금 경색까지 가세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폭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당장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과 수입이 각각 30% 가까이 되는 한국은 중국 경제가 침체할 경우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Purchasing Manager’s Index) ::

매달 제조업 동향에 대한 설문을 실시해 산출하는 제조업 분야의 경기지표. 지표가 50이면 전달에 비해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 50 미만은 경기수축을, 50을 넘으면 경기팽창을 의미한다. 정확한 성장률을 보여주기보다는 전달과 비교해 상대적 호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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