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탭, 獨법원 판매금지 확정… 올 매출 10% 날릴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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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추락 더 큰 타격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은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 권리를 인정해줬다.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고유 권한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다.

디자인 문제로 특정 전자제품이 특정 국가에서 판매 금지를 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디자인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권리라 대개 이를 피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독일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을 고유 권한으로 인정한 만큼 이에 따른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특허전쟁’에 발목 잡힌 삼성

삼성전자의 계산은 복잡해졌다. 당장 태블릿PC의 시장 진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독일 시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올해 갤럭시탭 목표량 750만 대의 예상 매출액 약 37억5000만 달러(약 4조 원) 가운데 10%인 4000억 원가량이 날아갈 수 있게 된 셈이다.

향후 태블릿PC 시장에 미칠 부정적 효과는 더욱 심각하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내놓을 신제품 태블릿PC들도 애플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애플은 삼성전자가 이달 초 독일 가전전시회 IFA에서 세계 최초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갤럭시탭7.7을 발표하자마자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 미디어와 바이어들에게 신제품을 선보일 기회를 놓쳐버렸다.

특허전에 나선 애플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 갤럭시탭이 아직 시장에서 성공할지 확실치 않은 제품인데도 애플은 전력을 다해 시장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 한다. 스마트폰인 갤럭시S의 사례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초반부터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 갤럭시탭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낀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미지 추락과 함께 유럽 시장 공략이 어려워졌다. 독일 법원의 판결이 다른 나라 법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적으로는 (타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 ‘사각형’ 태블릿PC는 모조리 비상?

아이패드와 갤럭시탭10.1이 미니멀리즘(장식을 최소화한 단순한 디자인), 둥근 모서리, 평평한 디스플레이 등에서 닮았다는 독일 법원의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디자인 혁신의 퇴보”라고 반박했다. 평평한 사각형 태블릿PC는 모조리 애플을 베낀 게 돼 버린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판사의 논리라면 사각형 PC 모니터, 접는 노트북, 문 4개 달린 자동차도 서로의 디자인을 베낀 게 된다”며 “동그란 태블릿PC라도 만들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의 옵티머스 패드, 모토로라의 줌, HTC의 제트스트림, 소니 태블릿S, 도시바의 AT200 등 거의 모든 태블릿PC는 사각형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 애플은 모토로라에 대해서도 독일 법원에 디자인 권리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 권리를 인정해 주는 한 경쟁자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소송을 계속 벌일 게 뻔하다.

특허법인 우인의 이창훈 미국변호사는 “유럽이 디자인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지만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은 단순하고, 영화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등장한 적이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유럽연합(EU) 산하 ‘상표 및 디자인청(OHIM)’이나 독일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10월 총공세 시작”

삼성전자는 10월이 오기를 벼르고 있다. 디자인이 아니라 이번엔 본격적인 기술 특허 소송에 대한 심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PC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는 20여 년 동안 무선통신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에 4500여 개의 특허를 등록했지만 애플은 500여 개에 그친다”며 “10월은 본격적으로 애플이 한기(寒氣)를 느끼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 2년간 이어질 소송전에서 애플 아이폰이 삼성전자의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면 애플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소송 비용과 함께 막대한 로열티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노키아와 벌인 소송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상당한 액수의 특허 사용료를 내기로 하고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한방을 먼저 맞은 뒤 본격적으로 총공세를 시작할 때쯤 애플 측에서 합의하자는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학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애플은 반도체 협력 등으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파트너 관계라 결국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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