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조종사 빼와라… 세계 항공업계 기장-부기장 영입전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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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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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국내 대형사→외국사로 옮겨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올해 3월 이후에만 총 7명의 부기장이 대한항공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에어부산의 부기장은 현재 총 36명이다. 제주항공은 필요할 때 공고를 내 조종사를 뽑아왔지만 이달 들어 모집 방식을 ‘상시 채용’으로 바꿨다. 보잉737-800 6대를 들여오기로 한 데다 앞으로도 적잖은 조종사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조종사 확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저비용항공사에서 일하던 조종사들이 대형 항공사로, 대형 항공사에서 근무하던 조종사들은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해외 항공사로의 이직이 빈번해지고 있다.

항공사들이 조종사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항공업계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한국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운항 횟수는 지난해 40만3296회로 2006년(34만640회)보다 18.4% 증가했다. 2005년 저비용항공사가 등장하면서 2개뿐이었던 국내 항공사가 7개로 늘었고, 저비용항공사들이 수익성 좋은 국제선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기를 대거 도입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2014년까지 1600여 명의 조종사를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항공사 조종사 4200여 명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 규모다.

항공사들이 부족한 조종사를 신입으로 채우기보다 ‘빼가기’에 나서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에서 근무하던 조종사는 2∼3개월의 과정을 거치면 현장에 투입할 수 있지만 신입 조종사를 채용하면 부기장이 될 때까지 최대 1년 4개월의 교육기간과 8000만∼2억 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형 항공사에서 기장으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총 40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필요한데 신입 조종사가 이를 채우려면 최소 4∼5년이 걸리지만 경력자를 뽑으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저비용항공사에서 양성한 조종사들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조종사에 대한 대우도 크게 달라졌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기장에 비해 이탈이 많은 부기장의 이직을 막기 위해 임금 인상률을 기장의 두 배 수준으로 정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 조종사 스카우트는 필연적으로 조종사 처우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종사의 이직은 직업 선택의 자유이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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