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합병성공’ 스팩株, 묻지마 투자는 금물

  • Array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출범 1년여 만에 합병 성공 사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스팩은 비상장 기업의 인수를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설립한 회사로, 상장해서 거래는 되지만 인수합병(M&A) 대상을 찾아 확정하기 전까지는 사업 내용이 없기 때문에 ‘껍데기 회사’로 불린다.

스팩은 3년 안에 M&A 대상을 찾아 상장시키면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물밑작업만 치열했을 뿐 이렇다 할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대신스팩이 합병 상장에 성공하는 등 결과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 합병 성공 잇달아 탄생하며 재조명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이 지난해 3월 3일 처음 상장한 이래 현재까지 상장된 스팩은 모두 22개다. 미래에셋, 현대증권, 동양종금, 신한금융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스팩을 주관하고 있다. 스팩은 자본환원율 산정 및 비상장 법인에 대한 상대가치 평가기준의 변동 등으로 그동안 합병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최근 합병 성공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스팩 중 처음으로 합병 상장을 승인받은 것은 대신스팩이다. 대신의 ‘대신 그로쓰 알파스팩’은 터치스크린 패널 제조회사 ‘썬텔’을 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 상장 승인으로 썬텔이 없어지는 대신 그로쓰알파스팩이 주요 사업인 터치스크린 패널 생산과 신소재 개발을 이어간다. 이 밖에도 HMC스팩과 신영스팩이 합병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영해피투모로우제1호기업인수목적(신영스팩1호)’은 자전거 제조업체인 알톤스포츠를 1 대 7.56 비율로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HMC아이비제1호기업인수목적(HMC스팩1호)’ 역시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을 흡수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 스팩 펀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

스팩 투자의 장점은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이다. 스팩은 각종 운용 경비를 제외한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신탁기관(한국증권금융)에 맡겨 별도로 관리한다. M&A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이 돈을 임의로 인출하거나 담보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예치된 공모 자금과 예치 이자는 공모주주들에게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분배된다.

하지만 최근 스팩 합병 소식 등에 고무돼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스팩의 수익률은 결국 M&A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우량 기업과의 합병에 성공할 경우 스팩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겠지만 부실 기업을 합병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갈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스팩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스팩들도 좋은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합병 성공으로 상승세를 탔던 ‘미래에셋스팩1호’ ‘히든챔피언스팩1호’ ‘케이비게임앤앱스스팩’ 등 스팩주들은 18일 증시에서 동반 약세를 보였다. 스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동부SPAC30증권투자신탁’의 수익률은 ―3%대로 썩 좋지 않다. 스팩 사모펀드들도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 모든 스팩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주식, 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차원에서 스팩 투자를 결정했다면 해당 스팩의 잔존 기간이 얼마인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합병 결의 시에는 합병 대상 기업에 관한 꼼꼼한 분석을 바탕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