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강보험’ 2030년 적자 66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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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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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 절감만으론 한계… “1차의료 강화해 지출 줄여야”

건강보험 재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에만 1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고령화 진행에 따라 적자 폭은 커질 것으로 분석되지만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재정 수입 확대와 지출 억제뿐만 아니라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올해 1조3000억 적자 예상

정부는 2006년 이후 강도 높은 재정 안정화 대책을 강구했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따라잡지 못했다. 25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2억 원의 적자를 낸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약 1조3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년 건강보험료를 평균 5.9% 올리기로 했지만 지출 증가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어서 2011년에도 약 5000억 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보장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 앞으로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한국지역학회와 연세대 서승환 교수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의 결정요인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입이 올해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수준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보장률(56%)도 선진국 수준(OECD 평균 72%)으로 높아지면 2030년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66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 속도, 보장률, 보험료, 정부 지원이 모두 현재 상태로 유지돼도 2030년에는 20조6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 “한국적 모델 찾아야”

적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최근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차 의료 강화가 의료 분야 전반의 체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이 주최한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공급체계 진단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경북대 의대 감신 교수는 “1차 의료가 강화돼야 건강보험 지출은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단순히 의원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 지속성 등 1차 의료가 가진 특성을 반영한 한국적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약제비 비중을 30%에서 24%까지 낮추기 위해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만 1원 납품 등이 이뤄지면서 1차 의료기관보다 약제비 부담이 작은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환 교수팀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보험료율 인상 △정부 재정지원 확대 △담배·주류에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를 통한 기금 조성 등을 제시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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