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패턴화된 투자자행동’ 보면 타이밍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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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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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인간지표를 활용하라

어떤 조심성 많은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나무로 만든 다리 앞에 이르렀다. 다리 밑 계곡은 상당히 깊었고 나무다리는 어쩐지 허술해 보였다. 나그네는 선뜻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다리가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한 꼬마가 다가오더니 다리를 가볍게 건너갔다. 나그네는 ‘음, 다리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군. 그런데 저 꼬마는 몸이 가볍잖아’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한 여자가 다리를 사뿐사뿐 건너갔다. ‘음, 다리가 그렇게 약하지는 않군. 그런데 여자니까 다리에 부담을 안 주었겠지.’ 이어 몸집이 건장한 사내가 다리를 성큼성큼 건너갔다. ‘음, 다리가 생각보다 튼튼한 모양이군. 그런데 저 사람은 짐을 안 들었잖아.’ 얼마 뒤 장사꾼이 당나귀 등에 무거운 짐을 잔뜩 싣고 무사히 다리를 건너갔다. 그제야 나그네는 ‘다리가 아주 탄탄하게 만들어졌구나’라고 중얼거리며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나귀의 짐 무게로 약해진 나무다리는 나그네가 중간쯤 이르렀을 때 그만 무너지고 말았고 나그네는 많이 다쳤다.

주식시장에서도 지나치게 조심성이 많은 투자자는 종종 상투를 잡고 큰 손실을 입는 사례가 있다. 증시가 상승 초기 국면일 때는 ‘저러다가 곧 다시 시들해지겠지’라고 생각한다. 차츰 거래가 많아지면서 주가 상승에 탄력이 생기면 ‘저 거래량으로는 아직 알 수 없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다 주가가 쑥쑥 오르며 활황 국면이 되면 ‘조금 더 지켜보다 확실할 때 들어가는 게 안전해’라고 얘기한다. 상한가 종목이 많아지고 대량 거래가 수반되면 그제야 ‘그래, 지금부터야. 저 많은 거래를 소화해냈으니 계속 상승할 것이 확실해’라고 자신하며 주식을 열심히 사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뒤 주가는 상투를 치고 하락세로 반전하고 만다.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투자자를 종종 목격했을 것이다. 소위 ‘인간지표’라고 불리는 사람이 주식을 사면 상투고 주식을 팔면 바닥인 때가 많아 그 사람과 반대로 투자하면 성공이 확실해지는 셈이다. 어떤 경우는 본인이 남들에게 인간지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월가의 성공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도 ‘칵테일파티 이론’에서 인간지표에 관한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주가의 바닥국면으로 파티장에서 사람들은 린치의 직업을 묻고는 화제를 재빨리 날씨와 선거 따위로 돌리거나 치과의사 주변에 모여 충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도 사람들은 린치의 직업을 묻고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여전히 치과의사한테 다가간다. 이때는 주가가 약간 올라 있을 때다. 세 번째 단계는 사람들이 치과의사를 무시한 채 저녁 내내 린치 주변을 둘러싸고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묻는다. 주가가 상당히 올라 있을 때다. 마지막 단계는 사람들이 여전히 린치 주변을 에워싸지만 오히려 린치에게 특정 종목을 사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이때는 주가가 오를 때까지 오른 단계라는 것이다.

필자도 동창모임 같은 곳에서 린치와 비슷한 경험을 종종 했다. 주가가 바닥일 때는 동창들이 증시에 대해 거의 묻지 않고 오히려 나를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다 시장이 회복되고 주가가 올라가면 갈수록 동창들은 주식 이야기를 점점 많이 한다. 상승 막바지 국면에서는 내가 이야기할 틈도 없이 각자의 주식 성공담을 끝없이 쏟아낸다.

이렇듯 증시에서는 집단적인 인간지표를 찾아볼 수도 있고 주변의 특정인이 인간지표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이런 지표들은 수치화하거나 객관화할 수 없지만 경험을 통해 증시가 어느 국면에 왔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시장의 과열 국면에서 이런 인간지표를 활용해 경계심을 갖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침체 국면에서는 인간지표의 심리나 행동을 통해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이런 인간지표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남의 눈의 티는 보여도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스스로가 인간지표라면 다른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내면을 한번 들여다보자. 그런 후에 주변 사람들도 한번 둘러보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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