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靑 “DTI 묘책 있으면 참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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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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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人의 부동산대책 ‘빈소 대화’

여당은 청와대와 정부에 할 말이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말을 아꼈고 정부는 당의 생각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더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22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실. 간암으로 숨진 김진선 기획재정부 과장의 빈소를 찾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64·행시 10회), 최중경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54·행시 22회),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60·행시 17회)이 나눈 부동산대책 관련 ‘당정청 대담’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들 셋은 모두 행정고시 출신에, 재정부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

윤 장관의 왼편에 앉은 이 의원이 말문을 먼저 열었다.

“지역주민(서울 강남 갑)들이 지난 노무현 정부 때는 ‘종합부동세 세금 폭탄 때문에 죽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집값이 너무 떨어져서 죽겠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부동산대책을 둘러싼 당정 간 논쟁의 핵심인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 수준에 따른 대출 한도) 규제 완화’ 문제가 상가(喪家)의 화제로 올랐다. 이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많이는 필요 없고 상징적인 수준에서라도 풀어줘야 한다. 주택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매입을 안 하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거래가 실종된 것이다. 그들에게 ‘여기가 바닥’이란 신호를 보내줘야 하는데 정부가 (DTI 규제 완화 등)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그 신호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오른편에 나란히 앉은 윤 장관과 최 수석비서관을 동시에 쳐다봤다. 청와대와 정부의 방침이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좌중의 시선은 일단 최 수석비서관에게 먼저 쏠렸다. 그러나 그는 “주무장관이 여기 계신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란 뜻이었을까. 그는 지난달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부처별 이견이 있으니 서로의 견해를 충분히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원론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의 입에서도 이 의원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진 않았다. 윤 장관은 함께 자리한 기자들과 몇몇 금융당국 간부들에게 “여러분이 보기엔 정말 (DTI 규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여론을 떠봤다.

윤 장관은 이미 DTI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관련 부처와 서너 차례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못 내린 상태다. DTI 완화가 과연 정부의 친서민 정책 기조에 부합하느냐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여러 차례 “‘집이 안 팔려 새 집으로 이사를 못 간다’는 서민도 있지만 ‘집값 올라갈 때는 가만있다가 조금 떨어지니까 부양책을 쓰려 한다’고 반발하는 서민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당국자들이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주위에 묻는 질문도 비슷하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돼서 집값이 반등하는 게 좋으냐, 아니면 당분간 집값이 더 안정되는 게 좋으냐.”

한 조문객이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DTI를 10% 정도 늘려주면 심리적으로 죽은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윤 장관은 즉각 “그분이 총대를 메겠다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DTI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정책적 선택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표적 정책통인 이 의원은 아직 할 말이 많았다. 그는 “(정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종부세 폐지를 올해 유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올해 유보한다고) 내년에는 없앨 수 있을 것 같나. 다른 건 몰라도 그 명칭이라도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색깔이 깊게 배어 있는 세금 아니냐. 청와대와 정부에 그렇게 호소하는데 그것 하나 안 들어주느냐”고 말했다. 이런 당(黨)의 외침에 청정(靑政)은 그저 침묵으로 대답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말까지 종부세를 재산세에 합산시키며 폐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의 친서민 정책기조에 밀려 이를 유보한 상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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