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턴은 ‘취업 金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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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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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연계형’ 늘어 희망분야 경험쌓기 옛말
■ 2007∼2010년 대학생 인턴십 의식변화 조사

‘경험 축적에서 정규직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턴을 바라보는 대학 4학년생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취업포털 커리어에 의뢰해 2007년과 2010년의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대학 4학년생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인턴십에 지원하는 주된 이유가 ‘희망분야 진출을 위해서’에서 ‘정규직 취업을 위해’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전에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여겨졌던 인턴이 정규직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 변화는 일부 대기업에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기 전 단계로 인턴 채용을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규직으로 직행하는 인턴 채용이 확대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금(金)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 인턴은 취업을 향한 ‘지름길’

커리어가 지난달 대학 4학년생 792명을 대상으로 인턴에 지원한 목적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정규직 전환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53.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원 시 중요한 고려사항도 ‘정규직 전환 가능성’(67.5%)을 선택했다. ‘적성에 맞는가’는 34.8%였다.

이는 2007년 11월 대학 4학년생 816명에게 똑같은 질문과 보기문항으로 조사한 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3년 전 학생들은 ‘희망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커리어를 쌓으려고’(70.8%)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32.3%)란 응답은 4위에 그쳤다. 인턴십을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도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가’(62.1%), ‘적성에 맞는가’(42.3%) 등이었다.

학생들이 적성보다 취업을 염두에 두고 인턴을 지원하는 이유는 최근 등장한 채용연계형 인턴제 때문으로 보인다. 올 들어 STX 등 일부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인턴을 채용했다. 포스코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 대신 인턴제를 도입했고, CJ는 인턴선발 인원을 예년의 2배로 늘리기도 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지를 미리 검증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채용과 연계한 인턴십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취업연계형 인턴십이 신입사원 선발과정처럼 바뀌면서 적성 및 진로탐색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많았다. 강모 씨(26·대학 4학년)는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해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 실제 회사생활을 비교하며 적성을 찾고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 인턴인데 취업과 연계되다 보니 취업난 속에서 무조건 인턴이라도 붙고 보자는 식으로 학생들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 인턴십 만족도는 떨어져

기업 인턴에 지원해봤거나 2곳 이상의 기업에서 인턴을 해봤다는 학생도 3년 사이 늘었다. 2007년에는 인턴십에 지원해봤다는 응답이 47.8%로 절반에 못 미쳤으나 2010년에는 53.7%로 절반을 넘겼다. 2곳 이상의 기업에서 인턴을 해봤다는 학생들의 비율도 2007년에는 36.9%에서 2010년에는 43.6%로 증가했다. 올해 조사가 아직 여름방학이 끝나지 않은 7월에 한 것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늘어날 듯하다. 앞으로 인턴십에 참여하겠다는 응답도 2007년 63.3%에서 2010년 72.2%로 올랐다.

반면 인턴 뒤 느끼는 만족도는 3년 전과 비교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조사에서는 인턴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학생이 82.9%였으나 2010년에는 60.8%로 2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인턴십에 지원하는 학생은 늘었지만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여름 대기업 계열사에서 인턴을 했던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적성을 생각하지 않고 취업에 급급해 인턴에 지원하다 보니 만족도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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