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제품에 빠진 일본 관광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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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크림, 한류스타 화보, 식용 김…. 한국에 관광 온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쇼핑품목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목록에 국산 전자제품이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습니다. 2일 기자가 찾은 롯데면세점(서울 중구 소공동) 전자 코너에서 만난 한국인 직원은 "전자 코너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일본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은 삼성 등 국산을 산다"고 전했습니다.

소니, 산요, 샤프, 캐논 등 굴지의 전자업체를 거느린 '전자왕국'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이 무엇이 아쉬워 한국 면세점에서 친숙한 자국 브랜드를 마다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걸까요? 국산의 '싼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롯데면세점에서 파는 저장용량 32기가 짜리 캠코더 제품의 가격을 비교했더니 캐논(HF20)은 642달러, 삼성(H205)은 643달러로 가격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해답은 역시 국산 제품의 아이디어와 서비스에 있었습니다. 일본 관광객에게 최근 인기가 높은 국산 카메라는 카메라의 전후면에 모두 액정표시장치(LCD)창을 부착해서 '셀프카메라'를 즐기는 일본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더군요. 캠코더 역시 일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미니 사이즈' 디자인으로 일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었습니다. 신라면세점(서울 중구 장충동) 전자코너 직원 박태진 씨는 "국내업체가 일본업체에 비해 하자 발생시 신제품 교환 등에 적극적인 것도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동화면세점(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서 만난 일본인 야마시타 히데토시 씨(山下英俊·44)는 "3D TV의 일본 출시 등으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삼성, LG 등 브랜드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한국 면세점에서 팔리는 일부 일제 카메라의 경우 일본 내수용과 달리 수출용이기 때문에 일본어 메뉴가 지원되지 않는 제품도 있고, 면세점에서 계산을 하고도 출국길에 공항에서 물건을 수령받아야 하는 일본산에 비해 국산은 결제 즉시 수령이 가능케 한 국내 법규 등 이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해외출장을 다녀오거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일본산 전기밥솥이나 전자제품 구입이 필수 코스였던 예전을 생각해 보면 요즘 한국 면세점 풍경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김희진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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