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을 한국으로…중국 관광객 마음을 잡아라]중국인이 한국 관광비자 신청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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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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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관 홈피 보고 보름간 전화해도 ‘불통’
지정 여행사 전화번호 엉터리… 비자발급 기준-조건 뒤죽박죽

17일 오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외국인 전용식당에서 관광버스에서 내린 40여 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희동 일대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맞는 대형 식당이 12곳가량 있는데 점심시간마다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편도 2차로 중 한 차로를 점거해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변영욱 기자
17일 오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외국인 전용식당에서 관광버스에서 내린 40여 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희동 일대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맞는 대형 식당이 12곳가량 있는데 점심시간마다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편도 2차로 중 한 차로를 점거해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변영욱 기자
중국인이 한국 자유여행을 하기 위해 개인 관광비자를 받는 과정은 험난했다. 발급 기준도 일정하지 않았고, 어디서 어떻게 발급 신청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아내기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주중 한국공관은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만 됐다.

동아일보는 이달 초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인 3명을 섭외해 한국의 개인 관광비자를 신청해 보도록 요청했다. 이들은 모두 20대로 각각 베이징대 졸업 예정자, 베이징 퉁저우(通州) 구 공무원, 한국 회사의 직장인이다.

처음부터 벽에 부닥쳤다.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 등을 검색했으나 너무 복잡해 종잡을 수 없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문의전화(6532-6774, 6775)는 보름 내내 통화 중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3명이 각기 다른 날짜와 시간에 모두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주베이징 한국총영사관과는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

e메일 문의는 무용지물이었다. 중국 e메일 가운데 사용량 1위인 ‘qq.com’을 포함해 ‘126.com’ ‘163.com’ 등 중국인이 많이 쓰는 e메일로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소개된 e메일 주소(chinazisa@mofat.go.kr, chinaconsul@mofat.go.kr)로 질문을 발송했다. e메일은 곧바로 반송돼 돌아왔다.

한참 지나서야 개인 관광비자는 개인이 신청할 수 없고 대사관이 지정한 중국 여행사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지정 여행사 25곳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실려 있다. 17일 오전과 오후 1차례씩 근무시간에 이들 여행사 모두에 전화를 걸었다. 중국 1, 2위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와 중국청년여행사를 포함해 3곳은 전화번호가 틀렸거나 없는 번호였다. 나머지 21곳 중 6곳은 오전 오후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행사들이 전하는 비자 발급 조건도 뒤죽박죽이었다. 어떤 곳은 10만 위안(약 1800만 원) 이상의 은행잔액 증명이, 다른 곳은 5만 위안(약 900만 원) 이상의 잔액 증명이 필요했다. 어느 곳은 10만 위안 이상의 잔액증명 또는 신청인 명의의 집 보유 증명과 결혼증명서, 차량 보유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됐고 어떤 곳은 비슷한 조건을 다 충족해야 했다. 3명은 결국 중간에 비자 발급을 포기했다.

기자가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자 주베이징 총영사관 측은 “비자 발급 문의 e메일은 한국 외교통상부의 메일 서버를 쓰는데 해킹 또는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중국발(發) e메일이 종종 자동 차단된다”고 해명했다. 또 “여행사 전화번호 오류 등은 바로 시정하겠다”면서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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