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근시안적 환율 개입 혼란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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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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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당국의 환율 하락 방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과 은행의 해외채권 발행이나 외화 차입을 제한했고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채권시장에서 한바탕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외국계 은행 지점의 본점 외화 차입 규모마저 규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이 부인하면서 이내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채권시장은 큰 충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은은 기업과 다른 금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매금융 은행이다. 이 업무를 하다 보면 자신의 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해 채권을 사는 일이 생긴다. 이들은 원화나 외화 단기차입을 이용해 채권을 산다. 단기 금리가 중장기채권 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의 달러 조달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 반면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바꾸면 지불해야 할 이자가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이들은 외화 차입을 선호하게 된다. 차입한 달러를 들여와 통화스와프시장에서 원화로 바꾼 뒤 원화 국채나 통화안정증권을 사면 환 위험 없이 우량 한국국채를 매수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외은 지점들은 원화 채권을 살 때마다 본점에서 외화 차입 규모를 늘려 왔다. 이런 와중에 차입을 규제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혼란이 발생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외은 지점에 대한 규제로 환율을 방어하기 어렵다. 외은 지점의 외화 차입 규모를 줄이면 이들이 채권을 팔아야 하므로 원화채권 금리가 오른다(채권값 하락). 또 외화 차입이 제한을 받다보니 국내에서의 달러 조달 비용은 더 높아진다. 외국인 편에서 보면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바꾸는 비용이 줄어들고 원화채권을 살 때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예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가 더 늘어난다.

엄밀히 따지면 외국인 채권투자가 직접적인 환율 하락 요인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들어온 달러는 어떤 식으로든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돼 있다. 2007년에도 환율이 떨어지자 정부는 같은 규제를 했었다. 그 결과 국채나 통안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 조달 비용도 커져 외국인 투자가 늘었고 결국 환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외환 정책은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 환율 하락은 방어하면 할수록 도리어 하락 압력이 더 강해지는 게 시장의 속성이다. 개입을 통해 달러를 사들이면 외환보유액이 늘고 원화가치가 단기적으로 오르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돼 환율 하락 압력이 다시 발생하는 식이다. 더군다나 정책 자체가 시장에 직접적인 혼란을 부르고 정책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빚는다면 큰 문제다. 결과를 좀 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내다본 정책들을 기대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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