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한일전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日업체들 개발한 니켈수소전지 세계시장 95% 점유
삼성-LG 리튬이온전지로 도전장… 국제표준화 과제

한일 양국 간 2차전지 전쟁이 치열하다. 국내 기업은 2차전지 종주국인 일본의 기업들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최근 미국, 유럽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들과의 납품 계약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차량용 전지는 휴대전화 전지 4000∼5000개 용량이 들어가는 ‘2차전지의 꽃’. 현재 자동차 전지 시장은 니켈수소전지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일본 기업이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하면서 단가가 비교적 싼 니켈수소전지를 골랐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업종 간 합종연횡으로 니켈수소전지 개발에 주력했다. 파나소닉과 도요타의 ‘파나소닉EV에너지’, 닛산과 NEC의 ‘AESC’, 혼다와 GS유아사의 ‘블루 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뒤늦게 2000년을 전후로 전지사업에 뛰어든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은 리튬이온전지로 눈을 돌렸다. 리튬이온전지는 니켈수소전지보다 10∼15% 비싸지만 에너지를 50%가량 더 많이 낸다는 점에 주목한 것.

국내 기업의 전략은 적중했다. JP모건은 전기차용 전지 시장에서 리튬이온전지 비중이 올해 16.1%에서 2020년 93.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은 올해 1월 미국 GM의 전기차인 ‘시보레 볼트’에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차전지 개발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최근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교토(京都)대 등 22개 기업 학교 기관 등이 참여하는 ‘올 저팬 체제’라는 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7년간 210억 엔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2차전지 경쟁에서 뒤처진 미국 정부도 2차전지 개발에 24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며, 중국은 국가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836 계획’에 차량용 2차전지 개발을 포함시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한국이 ‘2차전지 전쟁’에서 이기려면 삼성-LG가 기술 협력을 통해 국제표준화를 주도하는 방법 등으로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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