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단행… 스피드-현장 경영 스타트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 삼성그룹 사장단 25명 대폭 인사

《삼성그룹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생존’과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삼성은 16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에서 61세(1948년생) 이상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하고 50대 부사장 12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삼성전자의 4개 사업부를 2개 부문으로 통합했고 경영지원총괄 기술총괄 같은 ‘옥상옥(屋上屋)’ 성격의 조직을 해체하는 대혁신이 단행됐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관리의 삼성전자’가 스피드와 현장경영 중심의 기업으로 변신했다”면서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삼성그룹과 계열사 사이의 최대 화제는 사상 최대인 이번 사장단 인사의 규모보다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다. 삼성 경영진이 느끼는 ‘경제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

50대 12명 사장 승진… 재무전문가 전면 배치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내정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세계적 경기침체 때문에 판로(販路)가 막혔다. 앞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직(삼성전자)의 몸집을 줄여 비용을 절약해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과거 외환위기가 국지전(局地戰)이었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면전(全面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이나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 같은 ‘스타 CEO’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이유도 결국 생존을 위한 조직축소 때문이란 설명이다. 부회장 2명, 사장 16명이던 기존 체제는 부회장 1명, 사장 9명으로 크게 작아졌다.

삼성전자의 기존 4개 사업부는 부품 분야를 망라한 ‘디바이스솔루션 부문(반도체+LCD)’과 완제품 분야를 합친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스 부문(정보통신+디지털미디어)’으로 통합돼 각각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맡게 됐다.

경영지원총괄과 기술총괄의 인력 상당수는 서울 서초구 서초2동 본사에서 경기 기흥 또는 수원사업장 현장으로 내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여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과 스피드이고, 현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신속한 전략 수립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변화는 다른 삼성 계열사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측은 “이번 인사의 대대적 세대교체도 ‘50대 신임 CEO들이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스피드 현장경영을 통해 사업체질을 개선하고 경영효율을 제고해 현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사장단의 평균 연령(약 60세)이 이번 인사로 50대(약 57세)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