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금리는?… 경제전문가 10인 긴급 설문조사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7분


“물가 안정” “성장 먼저” 5대5

“금리 당분간 동결” 10명중 8명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가 환율 문제에 개입을 자제하고 시장 수급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리는 인하나 인상하기보다는 당분간 동결하면서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정책 당국자들이 엇갈리는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이들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불필요하게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6, 27일 경제학자와 민간 경제연구소 및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 등 10명의 전문가(명단은 표 참조)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했다.》

○ “환율 개입자제… 시장에 맡겨야”

현재 정부와 한은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는 전문가들도 정확하게 절반으로 갈렸다.

물가 안정을 꼽은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단 시급한 물가를 잡고 경기 하방(下方) 위험이 커지면 나중에 성장을 챙겨도 된다”는 논지를 폈다. 경제 성장을 꼽은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 상승은 유가 상승 등 외부 변수에 의한 것으로 통제가 어려운 만큼 어느 정도 물가 부담을 감내하면서 성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선 정부가 개입을 자제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0명 중 9명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수급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만이 ‘환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다. ‘환율 상승을 용인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당 950∼1000원대를 한국 경제가 감내할 만한 ‘적절한 환율 타깃 존(Target-zone)’으로 잡았다.

금리는 8명이 ‘현 금리수준(콜금리 연 5%)을 당분간 동결하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으며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과 이 교수만이 ‘경제성장을 위해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리 인상을 지지한 응답자는 없었다.

현재 물가 급등의 핵심 요인인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에 대해서는 6명이 ‘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4명이 ‘하반기에 상당 폭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장이 민감할수록 말 아껴라”

경제 전문가들은 정책 당국자들의 엇갈리는 발언에 대해 재정부와 한은의 존립 목적이 다를 뿐 아니라 개인적 소신 차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의 ‘걸러지지 않은’ 신호가 계속되면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정부 정책기조에 대해 시장이 관심이 많은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민감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도 “미국의 당국자들은 이런 문제는 애써 돌려 말하는데 한국 관료들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환율과 관련해서는 “급등락은 안 좋다” 정도의 원론적인 메시지만 전달할 뿐 노골적인 언급은 자제하는데 이런 태도를 국내 당국자들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 본부장은 “환율 문제에 있어 정부가 할 일은 급등이나 급락을 막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라며 “일부러 추세를 한쪽으로 몰아서 급변동을 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경제 부처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의 회동이나 경제정책조정회의 등 정책협의체의 활동을 더 내실화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만나기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서로 간 견해차 해소를 통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있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다 보니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대통령이 나서는 것보다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정책 방향과 목소리의 톤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전문가 10명의 항목별 응답내용(가나다 순)
-성장과 물가 중 우선순위금리 정책환율 정책적정 환율 (달러당)유가 및 원자재 가격 전망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물가안정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무응답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경제성장 인하시장에 맡겨야950원대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경제성장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950∼1000원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경제성장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960원 안팎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물가안정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1000원 안팎하반기에 상당 폭 떨어질 것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경제성장인하시장에 맡겨야970원 가량하반기에 상당 폭 떨어질 것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물가안정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900원대 중후반하반기에 상당 폭 떨어질 것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성장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930∼940원하반기에 상당 폭 떨어질 것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물가안정당분간 동결환율을 떨어뜨려야970∼980원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물가안정당분간 동결시장에 맡겨야무응답피크는 지났지만 계속 높을 것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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