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주식 - 원자재 팽팽한 대결 양상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1분


양다리 투자로 리스크 줄일수도

정보기술(IT)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됐던 21세기는 1년도 안 돼 지독한 IT 버블 붕괴의 고통을 경험했다.

그 뒤 IT가 아니라 거꾸로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제조업의 화려한 재기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되고 그간 좀처럼 돈이 될 것 같지 않던 1차산업의 일대 약진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도 이런 새옹지마가 없다. 흔히 말하는 ‘굴뚝산업에서 IT산업으로’ 간 것이 아니라 ‘IT에서 흙 산업’으로 내려와 버렸다. 흙을 파야 그 귀한 석유도 나오고 광물도 나오고 농작물도 거둘 수 있으니 말이다.

수년 전부터 회자되던 미래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의 진정한 수혜자는 미국 농민이 될 것이라는 전망, 중국인이 영양 섭취를 늘려 나갈 때 땅에서 나는 모든 것들은 금값이 될 거라는, 그래서 그것을 키우는 물조차 매우 값비싼 자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 말이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에서 모든 인기는 금융 자산이 아니라 원자재가 독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주식에는 불만스러운 조건이다. 작년까지는 경제가 괜찮으니 주가도 오르고 원자재도 같이 오르는 소위 윈윈 관계였는데 이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주가를 내리누르는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다. 이 현상의 진원지는 역시 원자재 수요가 많은 중국이다.

주식시장에 가장 불리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을 펼치다가 경기를 지나치게 죽이게 되는 경우다.

반면 현재로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그것이 미국의 경기 부양 기조를 지속시킴과 동시에 중국의 긴축 필요성을 완화해 주는 경우이다.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열쇠는 원자재가 쥐고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의 예측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특히 원자재는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이 불확실한 자산을 가지고 어떤 투자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에도 서서히 일고 있는 원자재 투자 붐도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주식과 원자재가 이제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된 바에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헤지 수단으로서 원자재 투자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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