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의 비밀은?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농심 신라면의 가격은 600원(권장소비자가격은 750원)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종전보다 80원 오른 가격이다. 밀가루 값 등 원가 부담이 커져 라면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농심의 얘기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자체 브랜드(PB)를 붙인 라면의 가격을 같은 날 450원에서 410원으로 40원 내렸다. 홈플러스 PB 라면은 한국야쿠르트가 만들어 납품한다.》

밀가루, 원가 15∼20% 비중

광고-물류비가 더 드는 구조

PB제품은 마진 조절 가능

‘미끼 상품’ 활용 홍보전략도

제품은 다르지만 신라면과 홈플러스 PB 라면 값은 190원이나 차이가 난다.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감안해도 어떻게 라면 값이 이처럼 차이가 날 수 있을까.

○라면회사 “밀가루값 올라 인상 불가피”

농심을 비롯한 라면 제조회사들은 라면의 주재료인 밀가루 값이 뜀박질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J제일제당 등 제분회사들은 정작 밀가루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라고 밝혔다. 라면의 원가 구조는 어떨까.

식품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라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가(밀가루 등 원재료 및 포장재 가격) 가운데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다.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팜유는 20%를 차지한다.

라면 봉지나 컵라면 용기 등 포장재 비용이 20∼25%, 야채수프 등 30여 가지 식재료 비중은 10∼15%다. 나머지 25%는 광고선전비과 물류비, 판촉활동비 등으로 나간다.

이 원가에 라면 회사는 보통 10∼15%의 마진을 덧붙여 대형 마트에 납품한다. 대형 마트에 납품되는 가격은 소비자 값의 60% 선이었다.

여기에다 대형 마트는 15∼20%의 마진을 더해 판다. 이런 원가 구조상 소비자들은 대형 마트에서 일반 소매상점에서 팔리는 권장소비자가격보다 20%가량 싼 가격에 라면을 살 수 있다.

○신라면 매출 줄고 PB라면은 급증

홈플러스는 어떻게 PB 라면의 가격을 내릴 수 있었을까.

홈플러스 측은 “PB 제품의 경우 유통회사가 가져가는 마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PB 제품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마케팅 비용 등이 들지 않는다. 일반 제조회사 상품을 팔 때보다 PB의 경우 평균 3∼5%의 마진을 더 남길 수 있다.

유통업계는 홈플러스가 PB 라면 가격을 인하하면서 15%가량 남기던 마진이 5%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이익을 보전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라면에서 벌어들이는 이윤은 줄었지만 라면을 ‘미끼상품’으로 내걸어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홍보 전략도 담겨 있다.

당장 판매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홈플러스가 가격을 내린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나흘간 PB 라면 매출은 일주일 전 같은 기간보다 4배로 늘었다. 반면 값을 올린 신라면의 매출은 21.6% 떨어졌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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