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위기 이후 긴 터널 지나 재도약 시동
한때 ‘마포 밸리’는 섬유업체들엔 ‘죽음의 거리’로 불렸다. 1998년 신원, 2000년 새한이 잇달아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효성그룹도 전반적인 섬유산업 침체로 고전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원이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새한이 지난달 웅진그룹에 인수돼 8년 동안의 워크아웃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이곳의 분위기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선언한 신원은 과거 어려움을 초래한 사업 다각화보다 섬유패션 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신원의 한 임원은 “올해엔 여성복과 남성복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국내 관련 기업 인수합병(M&A)과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972년 제일합섬으로 출발한 새한은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탄탄한 회사였다. 하지만 새한으로 사명(社名)을 바꾼 1997년에 외환위기가 닥쳤고, 결국 2000년 워크아웃 기업으로 지정됐다.
8년여 동안 워크아웃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새한은 지난달 웅진그룹이 채권단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새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우려나 걱정보다는 새롭게 일해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 IT 소재-태양광 분야 등 진출 화려한 변신
1999년 새한이 일부 자산을 매각해 일본 도레이사(社)와의 합작으로 설립한 도레이새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난해 매출 7200억 원에 영업이익 400억 원을 올렸다.
도레이새한의 위기 극복은 2002년 정보기술(IT) 소재 분야 진출이 큰 힘이 됐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첨단 소재 분야에 뛰어들면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기존 섬유 분야는 해외 공장 투자를 통해 유지하고, 국내에선 첨단 IT소재 산업에 주력했다. 도레이새한 측은 “올해 IT 관련 사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섬유업체 효성도 섬유산업의 전반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태양광 소재, 풍력발전 등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중공업, 건설 등의 분야에선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며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