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걸린다”…기업들, 공정법 과징금 스트레스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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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다음 달 간부회의에서 경영회의 대신 공정거래법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에 전문성을 갖춘 법무실 직원이 간부를 대상으로 관련법과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거래 위반 사례도 알려 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임원뿐만 아니라 경력 및 신입사원, 승진 대상자들도 의무적으로 공정거래 강의를 1시간씩 듣도록 했다. CJ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마케팅이나 영업, 기획 등 현업 부서들이 수시로 법무실에 공정거래 강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에 대한 조사 수위가 강화된 데다 과징금 부과 조치도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후 소송 등을 통해 법 위반 혐의를 벗더라도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만회할 길이 없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사전 예방에 나선 것이다.

○ 재계에 확산되는 ‘공정위 스트레스’

최근 미국 법무부로부터 화물운송운임 담합 혐의로 3억 달러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은 대한항공도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 회사는 2004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매년 4, 5차례 국내 임직원은 물론 해외지역 근무자를 대상으로 공정거래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 민간기업 직원은 “기업이 공정거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건 필요하지만 공정위의 조사 강화로 최근 부쩍 잦아진 사내(社內) 교육 등은 기업들에게 적잖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영진 변호사는 “최근 공정거래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교육 수요가 대폭 늘었다”며 “특히 외국계 다국적기업이 각국의 사업장별로 공정거래 규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교육이 많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3년 37건에 불과하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건수는 2004년 91건, 2005년 274건으로 해마다 대폭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과징금 부과건수는 모두 264건으로 지난해 전체 부과건수(157건)를 이미 넘어섰다. 과징금 부과 규모(2195억 원)도 작년 전체(1752억 원)보다 많다.

○ 정부 부처도 공정거래법 교육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정위와 정책 집행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다른 정부부처도 공정거래법 교육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정보통신부. 공정위는 통신요금, 휴대전화 보조금 정책 등 정통부 업무에 끼어들어 부처 간 갈등을 빚었다. 또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올해 초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통신전파방송 정책본부 내에 ‘공정거래법 학습 동아리’를 만들었다.

정통부 통신위원회도 내부적으로 공정거래법 연구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모임은 명지대 홍명수(법학) 교수를 초청해 정통부가 추진한 통신결합서비스 판매가 공정거래법상 ‘끼워 팔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이달 말에는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들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부 부처의 고위 당국자는 “관련 시장을 꾸준히 지켜 보고 고심해서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주무 부처와 달리 소비자 편익만 생각해 관련 규정 하나만 놓고 시비를 거는 공정위 태도엔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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