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제각각 해석’ 논란빚는 FTA쟁점들

  • 입력 2007년 4월 6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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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위험평가가 먼저” “개방해야 서명”

개성공단…“역외지역은 개성” “문서 명시안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지만 최대 쟁점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성공단 문제 등이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국 정부의 해석이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FTA 재협상론’까지 솔솔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의 유전자조작생물체(LMO)에 대한 국내 검역 생략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국내 협상 관계자들의 발언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 쇠고기 개방은 FTA의 전제조건?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2일까지만 해도 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이 문제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다른 발언을 하면서 “도대체 정확한 합의 내용이 뭐냐”는 논란이 시작됐다.

박 장관은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어떤 구두(口頭) 약속도 없었다”고 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노 대통령은 대(對)국민 담화를 통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합리적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이 있음을 약속해 줬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4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국이 쇠고기 개방을 하지 않으면 FTA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은 다음 달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등급 판정이 나오면 자체 위험평가를 거쳐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측은 자칫 한국이 자체 조사를 핑계로 쇠고기 개방을 늦추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 개성공단은 한국의 희망사항?

이번에 맺은 협정 부속서에는 양국이 별도 위원회를 설치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역외(域外) 가공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란 말은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

최종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 측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는 이 점을 들어 4일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부속서에 개성공단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주 대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청와대는 5일 “한반도에 역외 가공 지역은 사실상 개성공단밖에 없는데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며 미국 측 해석에 반발했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기준, 한반도 비핵화 등 역외 가공 지역 지정 조건이 만만치 않아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여전히 한국의 ‘희망사항’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 LMO 협의, 부처 간 발언 엇갈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의 LMO가 한국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국내 검역 등을 생략하기로 한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국내 협상단 관계자들의 말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LMO 부분은) 협상 과정에서 카르타헤나 의정서(국제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에 따른다는 원칙을 제시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5일 “협의도 아니고, 합의는 더더욱 아니며 ‘상황 설명’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시행할 LMO법에 미국 측이 관심을 보여 앞으로 바뀌는 절차를 알려 줬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 중 자국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식용, 사료용, 가공용 LMO를 한국에 수출할 때 한국은 위해성 평가를 생략한다는 등 6개항을 요구한 바 있다.

○ “그래도 재협상은 없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양국 간 추가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쪽이다.

재협상 논란은 FTA 협상 타결 전부터 미국의 일부 의원이 합의 내용 일부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무역촉진권한(TPA)에 의한 협상은 찬반 의사만 표시할 수 있고 조항은 못 고치게 돼 있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정치적인 압박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추후 한국의 쇠고기 개방 여부에 따라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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