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힘… 혼류생산 시스템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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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증가율 1000%, 매출 증가율 18%.’

지난해 내수 부진,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르노삼성자동차는 놀라운 경영 실적을 거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손실을 본 것과는 대조적이다.

14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16만408대로 전년보다 34.8% 증가했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4만1320대로 전년보다 1044% 급증했다. 매출은 18% 증가한 2조5800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도 72% 늘어난 2000억 원(잠정치)에 이른다.

○ 유연생산체제와 노사화합

이 회사의 놀라운 실적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혼류(混流)생산 시스템’에서 나왔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한 조립라인에서 한 차종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SM3, SM5, SM7 등 르노삼성차의 모든 차종이 생산된다. 혼류생산은 주문량의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라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닛산 측이 주문량을 당초 계약한 3만 대에서 4만 대로 늘렸는데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주문 요구에 따라 즉각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연생산체제를 뒷받침하는 데는 노사간의 협력도 한몫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3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교대 근무에 전격 합의했다. 보통 근무형태를 바꾸거나 생산량을 높이려면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경쟁 업체와는 딴판이다. 노사는 올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기존 42대에서 55대로 늘리는 데 합의해 작년보다 7.4% 증가한 17만23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 佛-경영 日-기술 韓-생산 ‘시너지 효과’

르노삼성차의 수출 급증을 두고 일부에서는 ‘기술(닛산)과 브랜드(르노)를 빌려 껍데기만 가져다 판’ 결과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측은 “우리가 닛산에 수출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반박한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닛산이 브랜드를 허용한 것 자체가 르노삼성차의 생산성과 제조 품질을 인정해 준 의미라는 것.

조돈영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의미가 폭넓게 해석돼야 한다”면서 “수출해 벌어들이는 돈은 물론이고 우수한 기술을 전수받아 생산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력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가 올해 11월 선보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H45(프로젝트명)도 모기업인 르노의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H45는 르노와 닛산이 공동 개발한 디젤엔진을 단 르노그룹의 첫 SUV로 ‘르노’ 브랜드로 판매될 예정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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