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외환통화 多맡겨”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코멘트
2000년 러시아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

지난해 이 나라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27%)를 차지할 정도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점이 삼성전자 러시아 현지법인의 가장 큰 고충 중의 하나였다.

최근까지 삼성전자 현지법인은 러시아에 납품한 뒤 받은 루블화 대금을 미국 달러화로 직접 바꿔 국내 본사에 송금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루블화 가치가 불투명한 정치적 환경으로 연중 환율 변동폭이 10%나 될 만큼 불안정해지면서 환차손을 보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는 루블화를 취급하는 국내 시중은행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고민은 외환은행이 지난해 11월 국내 처음으로 루블화를 취급하면서 사라졌다.

외환은행은 11일 삼성전자의 러시아 수출채권 6억2000만 루블(약 2300만 달러)을 매입하고 삼성전자 본사에 달러화를 지급했다.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거래하는 외환 통화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변동 리스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서태석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부 부장은 “최근 새로 거래하는 외환 통화는 미래 고객을 확보해 은행의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포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해외 여행하는 국가가 다변화되고 있는 점도 은행권의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19일부터 전 지점에서 루블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의 환전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부터 루블화를 비롯해 베트남 동화와 인도 루피화를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전해 주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태국 밧화, 우리은행은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베트남 동화에 대한 외환 거래를 시작한 바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해외 여행지의 통화를 구하지 못해 달러로 환전했다가 다시 바꿔야 했던 여행객들의 수고를 덜게 된 셈이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원은 “기업과 개인 고객의 수요 증가로 시중은행들의 거래 외환 통화가 다변화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금융권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