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엔진’이 식는다…건설수주액 작년대비 넉달째 감소

  • 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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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水害) 복구 사업마저 없었다면 건설경기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힘들 것입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공무원은 급속히 추락하는 건설경기를 살릴 해법을 묻자 전국을 강타한 수해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하반기에 지난해보다 2조 원을 더 공공 건설부문에 투자하더라도 사실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부동산 정책을 완화해 민간 건설 경기를 부양할 수도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건설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건설업은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건설 경기 침체는 단순히 한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수해 복구공사로 각 지방 건설업체에 일감이 생긴 게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라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 준다.

국내 건설업계의 6월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줄어든 9조2630억 원으로 3월부터 넉 달 연속 작년 동기(同期) 대비 감소세였다.

6월 건설기성액(건설업체가 공사를 하고 받은 돈)은 7조234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2월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몇몇 지방 건설업체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는 경제성장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2분기(4∼6월) 실질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8%에 그친 가장 큰 요인으로 건설투자가 3.9% 감소한 것을 꼽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경기 하락으로 올해 6월에만 1만5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 경기의 급속한 하강세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의 후유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8·31대책과 올해 3·30대책 등 서울 강남권을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정책의 영향으로 수요 감소→수주 하락→기성액 감소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주택건설업체들이 규제가 많은 수도권 대신 지방에서 벌인 사업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일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예산 배정이 늦어지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일시적 투자 부진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제1차관은 “올해 하반기에 11조 원을 도로 등 SOC 투자에 사용하면 건설경기가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강남권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부동산 규제책이 지방 등으로 확산되면서 영호남 등 일부 지방 건설 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역별 시장 특성을 고려한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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