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핵심인재 발탁전략…CEO연말고과 30%는 스카우트능력

  • 입력 2005년 5월 24일 0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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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연말이면 외부의 핵심 인재들을 얼마나 데려오고 잘 관리했는지를 구체적인 점수로 평가받는다. 외부 인재의 발탁과 유지 및 관리로 평가받는 인사고과 비중이 30%나 된다.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하지 못했거나 이들이 조직 적응에 실패하고 1년도 안 돼 회사를 나가면 해당 CEO들은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 ‘5%가 95% 먹여 살린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계열사 사장들에게 “유능한 인재를 삼성으로 데려오라”고 독려한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유능한 인재 1명이 나머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김순택(金淳澤) 삼성SDI 사장은 신입사원 연수 특강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삼성에서 순혈(純血)주의는 없어진 지 오래다. 혼혈(混血)주의만이 살 길이다.”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직장 상사로 내려오는 일도 적지 않다. 전자 계열사의 한 차장은 “외부 스카우트 인력이 수시로 들어오므로 공채 기수의 의미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하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중견 대기업 그룹의 한 임원은 “법조계 출신의 한 인사 영입을 놓고 우리와 경쟁을 벌였는데, 삼성이 수십억 원을 제시한 것을 알고 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 유능한 외부 인재 발탁이 기업 활력에 도움

삼성이 핵심 인재로 꼽는 유형은 크게 3가지다.

최상위 그룹인 S급은 어느 분야에 걸쳐서도 글로벌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핵심 인재로 최소한 임원 직급으로 영입한다.

A급은 일단 부장이나 차장급으로 발탁해 성과를 봐 가면서 임원 승진 여부를 결정한다. H급은 실무자 선으로 주로 과장급이다.

계열사 외에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전략적 차원에서 외부 스카우트를 활발히 하는 편. 삼성 관계자는 “구조본의 이학수(李鶴洙) 본부장과 김인주(金仁宙) 사장, 최광해(崔匡海) 재무팀 부사장, 노인식(魯寅植) 인사팀 부사장 등이 중심이 돼 주로 관계(官界)에서 영입할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트워킹 확장’ 위한 스카우트는 재고해야

국내에서 인재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유능한 인재를 거액에 스카우트하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유능한 인재에게 적절히 보상할 수 있다는 점은 조직의 활력이나 인재 확보 경쟁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하지만 삼성이 실력보다는 힘 있는 부처의 관료나 발이 넓은 법조인을 스카우트해 ‘네트워킹(연결고리)’을 더욱 확장하는 수단으로 쓸 경우 부작용 또한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오랫동안 대기업 정책을 펴던 관료가 어느 날 갑자기 민간인으로 변신해 관(官)의 논리를 반박하면 정책 입안자로서는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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