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를 의장으로 모십시다”…KT-국민銀 잇따라 선임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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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의사 결정권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KT와 국민은행은 최근 사외이사인 김종상(金鐘相) 세일회계법인 대표와 정동수(鄭東洙) 상명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를 각각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대구도시가스의 정충영(鄭忠泳) 사외이사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되기까지 했다.

아직 극소수이긴 하지만 사외이사의 비중과 역할이 크게 확대되는 징후들이다.

국민은행은 1년 전에도 사외이사인 정문술(鄭文述) 전 미래산업 사장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겼다가 이번에 정동수 의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정 의장은 “1년 전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은 뒤 경영진이 올린 안건조차 이사회에서 종종 수정이나 재검토 또는 보류 처리됐다”며 “앞으로 국민은행에서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원조는 KT. 2002년 8월 민영화되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한다’는 문구를 정관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황주명(黃周明) 법무법인 충정 대표와 박성득(朴成得) 한국정보통신기술인협회장이 의장을 맡았고 새로 선임된 김종상 의장은 사외이사 출신으로는 세 번째 이사회 의장이다.

김 의장은 “곳간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들(경영진)이 살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배주주가 없는 국민은행이나 KT와 달리 교보증권은 대주주(교보생명)가 있는데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다. 2003년 5월부터는 박창배(朴昌培·66)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박 의장은 “모든 경영 자료를 공개하고 자유롭게 토론한 후에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며 “투명경영에 일정 부분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성표(金成杓) 수석연구원은 “이처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사외이사들도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理事사관학교 아시나요”…이사協 교육과정 개설▼

사외이사 출신으로 대기업 이사회 의장이 된 KT 김종상, 국민은행 정동수 의장이 한국이사협회가 마련한 ‘이사 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수강하고 있어 화제다.

두 의장은 올해 2월 초 시작한 7기 교육과정 멤버. 이들 외에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인 SK텔레콤 윤송이 상무, KT프리텔 사외이사인 세계법무법인 황덕남(黃德南) 변호사 등 14명의 임원 또는 사외이사가 7기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한국이사협회는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2002년 10월 설립됐다.

한국이사협회 박상용(朴尙用) 부회장은 “외환위기를 맞은 원인 중 하나는 이사회가 오너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업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저평가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사협회가 이사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 이사들이 단순한 ‘거수기’ 역할만 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재무제표 △이사회의 책임 △내부통제와 감사시스템 △경영전략 △투자의사 결정 △도산제도와 부실기업의 이사회 △평가보상시스템 등을 주제로 10주에 걸쳐 모두 40차례 강의한다.

법조계 출신 등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사외이사들은 회계, 기업전략 등 경영 전반을 배우게 돼 이사회 안건들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수강 대상은 상장기업의 임원(또는 예비임원)이나 사외이사이며 지금까지 이용경(李容璟) KT 사장, 정귀호(鄭貴鎬·현 삼성전자 사외이사) 전 대법관 등 140여 명이 이 과정을 거쳤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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