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포의 회계개혁법 2006년 외국기업에 적용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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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사베인-옥슬리법’으로 인해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한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베인-옥슬리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외부감사위원회를 두는 등 강도 높은 회계제도 개혁이 필요한 데다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공기업은 사베인-옥슬리법과 한국 법률이 상충돼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과 합작한 한 대기업 계열사는 이 법률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인해 지배구조를 바꾸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 상장기업 비상=사베인-옥슬리법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꼽히는 ‘엔론 사태’를 계기로 제정돼 2002년부터 미국 상장기업들에 적용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경영진에서 완전히 독립된 3인 이상의 외부감사위원회 설립 △회계 관련 기업 문서의 보존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회계정보를 왜곡한 최고경영자(CEO)에게 최고 20년 징역형 부과 등이다.

이 법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엄격한 회계 시스템으로 인해 ‘기업개혁법’으로 불린다. 최근 금호타이어가 미국이 아닌 영국에 상장한 것도 사베인-옥슬리법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내년부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 외국기업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기업들에도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것. 199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한국전력공사는 사베인-옥슬리법이 규정한 외부감사위원회 설립 문제를 해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전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만큼 외부감사위원회가 아닌 1명의 감사만 두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외부감사위원회를 만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미국 증시에서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두 나라 법률에서 예외규정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회계정보가 왜곡되지 않게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도 한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업무 프로세스별로 3000개 정도의 통제 시스템을 일일이 점검했다”며 “앞으로 외부 감사의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고 밝혔다.

▽해외 합작기업도 투명성 압박=사베인-옥슬리법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가 다른 나라에 지사나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을 때도 적용된다. 엔론의 회계 부정이 대부분 역외 펀드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 상장 기업과 합작한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프랑스계 합작기업이 최근 사베인-옥슬리법에 따라 외부감사위원회 등을 두도록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합작사의 요구를 수용하면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필요 없는 외부 간섭을 받게 된다”며 “합작사와 협의하고 있지만 의견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사베인-옥슬리법:

민주당 상원의원인 폴 사베인과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이클 옥슬리가 발의한 기업개혁 법안. 회계정보 왜곡을 막아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책임을 강화한 302조와 외부감사인이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인증토록 한 404조가 핵심 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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