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허진석/無形상품의 함정

  • 입력 2005년 1월 26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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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상품 사세요.”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한 TV홈쇼핑 업체는 생맥주 전문점과 꼬치요리 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하는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오피스텔 등 부동산 상품도 종종 눈에 띈다. 작년에는 보험과 펀드 상품이 TV홈쇼핑을 통해 많이 팔렸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고객에게 제품이 배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올해 배달이 필요 없는 ‘무형(無形)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반송 등의 추가비용이 들지 않아 TV홈쇼핑 업체로서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형 상품은 매출 증대에 한계를 느끼는 홈쇼핑 업체들에 수익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LG, CJ, 현대, 우리, 농수산 등 5개 홈쇼핑 업체의 하루 평균 반송량은 약 2만 건으로 추산된다. 반송 1건당 왕복 택배비만 고려해도 6000원의 비용이 든다고 치면 하루에만 1억2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비용을 줄일수록 수익은 높아지기 마련. 이 때문에 TV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은 ‘보험이나 펀드가 최고 효자 상품’이라는 말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올해는 아예 별도 구성팀을 꾸리고 무형상품 개발에 나서는 곳이 많다. 우리홈쇼핑은 최근 6명의 ‘금융서비스팀’을 구성해 금융상품은 물론 창업, 부동산 상품 등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농수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농수산홈쇼핑도 무형상품 개발을 위해 최근 전략사업팀을 별도로 꾸렸다.

이처럼 무형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엉뚱한 피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부동산이나 창업 상품의 경우 올해 경기가 나빠 투자를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반복 시청에는 마력이 숨어 있다. 여러 차례 들으면 꿈쩍 않던 마음도 움직이는 것. 일반 상품과 달리 목돈이 들어가는 무형상품 방송 광고를 신중하게 가려 들어야 하는 이유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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