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弱달러 대세… 1050원선 위협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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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외환 딜링룸원-달러 환율이 7년 만에 1100원 밑으로 하락한 15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환율 동향을 주시하면서 긴급 업무연락을 하고 있다.박영대기자
긴박한 외환 딜링룸
원-달러 환율이 7년 만에 1100원 밑으로 하락한 15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환율 동향을 주시하면서 긴급 업무연락을 하고 있다.박영대기자
《15일 원-달러 환율이 약 7년 만에 1090원선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10월 초부터 본격화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 채산성도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 하락이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입 물가를 낮춰 소비를 진작하고 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원인=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은 지난 주말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 주요인이다. 또 10, 11일 달러를 사들였던 외환 당국이 12일 이후 일단 지켜보자고 한발 물러선 것도 달러 ‘팔자’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는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具吉謨) 과장은 “달러화 약세가 중장기 추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출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앞 다퉈 원화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심각하다는 데서 비롯한다.

미국의 9월 경상수지 적자는 516억달러로 사상 두 번째 규모였던 8월(540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 9월 말로 끝난 미국 2004회계연도 재정적자는 4130억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쌍둥이 적자를 메우려고 미국 정부가 달러화를 찍어 내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율 전망=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과 유로권,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박해식(朴海植) 연구위원은 “전례를 볼 때 경상수지적자 규모가 크면 미국이 명시적인 달러화 약세 정책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환위기 이후 원-엔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어 원화 강세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국민은행연구소 등 민간연구소들은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050∼1060원으로 예상했다.

▽환율 하락 영향=환율이 하락하면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호조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356개 수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이 4.2%(100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업계는 정부가 환율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절히 시장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환율 하락이 한국 경제에 ‘쓴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최영준(崔榮埈) 과장은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가 안정되고 실질소득이 증가해 내수 소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앞으로 달러화 약세 국면에서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 등의 통화 가치도 같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수출 기업들이 환율 하락이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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