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1% 시대… 콜금리 내려 은행들 예금금리 곧 조정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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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을 계기로 ‘실질 예금금리 ―1%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억원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수익은커녕 사실상 연간 100만원을 손해 보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

콜금리가 인하되자 금융회사들이 예금금리 내리기에 나섰다.

한국씨티은행은 15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조흥은행은 15일부터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금리를 0.2∼0.25%포인트 각각 내린다고 12일 밝혔다.


국민은행 홍석철 리테일상품팀장은 “콜금리가 인하되면 자금 조달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예금금리도 내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콜금리 인하 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금금리를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해 8월 콜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됐을 때 앞 다퉈 수신금리를 내려 예금 평균금리가 2개월 만에 0.33%포인트 하락했다.

수신금리가 떨어지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는 자연히 낮아진다.

현재 실질 예금금리는 ―0.87% 수준. 9월 예금 평균금리 3.51%에 이자소득세 및 주민세(이자의 16.5%),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 3.8%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경우 실질 예금금리는 ―1.08%로 떨어진다.

‘실질 예금금리 ―1% 시대’가 되면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은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금리생활자를 비롯해 예금 가입자들은 타격을 입는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실질금리는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이제 금융회사에 돈을 맡겨놓고 앉아서 이자를 챙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홍 팀장은 “콜금리 인하 전에도 예금자들이 낮은 금리에 실망해 예금을 빼내 투신 상품에 넣는 추세였다”면서 “이번에는 다른 은행보다 늦게 금리를 내리자는 요청이 지점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예금을 빼내지 않아도 금융회사의 걱정은 줄지 않는다. 금융회사 역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마케팅본부 조종수 부장은 “4.6%의 고정금리를 주기로 한 특판예금을 1조원어치 팔자마자 콜금리가 인하돼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 같다”며 “당분간 금리 4%대의 예금상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팀 이연복 부장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보험이나 펀드에 가입하는 예금 고객에게 금리를 더 주는 복합상품 개발에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이제는 가진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축’에서 ‘투자’로 재테크의 중심을 점차 옮겨야 할 때”라며 “신중히 계획을 세워 분산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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