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예금금리 '-1% 시대' 시작전망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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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0.25% 인하를 계기로 '실질예금금리 -1% 시대'가 시작될 전망이다.

1억원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수익은커녕 사실상 1년에 100만원씩 손해를 보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이르면 다음주 중 예금 및 적금 수신금리를 0.25%포인트 가량 내릴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콜금리가 인하되면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하는 회사채시장의 금리가 덩달아 낮아지기 때문에 수신금리도 내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콜 금리 인하 폭과 비슷하게 수신금리를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해 8월 콜금리가 0.25% 인하됐을 때도 앞 다퉈 수신금리를 내려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는 2달 만에 0.33%포인트 떨어졌었다.

수신금리가 떨어지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예금금리도 자연히 낮아진다.

현재 실질예금금리는 -0.87%수준이다. 최근(9월) 저축성수신 평균금리 3.51%에 이자소득세 및 주민세(이자의 16.5%)와 최근(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8%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조만간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실질예금금리는 -1.08%로 떨어진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1% 시대'에는 변동 금리로 빚을 많이 낸 사람이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금리생활자를 비롯한 대다수 예금자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은행도 난감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홍석철 리테일상품팀장은 "그나마 은행에 있던 돈도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빠른 속도로 MMF 등 투신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다른 은행보다 금리를 늦게 내리자'는 요청이 지점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마케팅본부 조종수 부장은 "4.6%의 고정금리를 주기로 약속한 특판예금을 1조원어치 팔자마자 콜금리가 인하돼 출혈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금리 4%대의 예금상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이 예금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걱정은 줄지 않는다. 금융회사 역시 운용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팀 이연복 부장은 "주가, 환율, 금 시세와 연동된 수익형증권이나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기능을 한데 묶은 복합상품에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복합상품 개발 능력은 아직 일천한 수준이며 국내 증시나 외환시장은 불안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실질금리는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이제 금융회사에 돈을 맡겨놓고 앉아서 이자를 챙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이제는 가진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축'에서 '투자'로 재테크의 중심을 점차 옮겨가야 할 때"라며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분산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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