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 하려다 ‘빚딜’ 될수도…“자율투자에 맡겨야”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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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한국형 뉴딜정책’이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딜정책의 핵심인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OC 투자에 따른 손실을 정부 재정에서 지원할 방침이어서 그만큼 국민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한다=당-정은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민간투자 대상시설을 도로, 철도 등 현재의 36개에서 학교시설, 임대주택, 보육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등 10개를 추가해 46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기금으로 경기부양?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 논란(POLL)

연기금 등 민간사업자가 이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면 정부는 이들 민간사업자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국채수익률+α’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기금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정부는 재정부족으로 못했던 SOC 투자를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투자 잘못되면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전문가들은 비효율적인 SOC 투자에 연기금이 투입되면 결국에는 막대한 정부 재정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최근 17개 민자 도로 및 터널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인 뒤 정부가 2001년부터 2038년까지 ‘최소운영 수입보장금’으로 모두 12조5970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兪炳圭) 상무는 “정부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만약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업에 연기금 투자가 이뤄질 경우 정부는 손실보전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정부 재정에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효율적인 투자→손해 발생→정부의 수익률 보전→재정부담→국민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상무는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재정부담이 너무 커져서 정부가 ‘나 몰라라’ 할 경우 연기금의 부실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기금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정부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여유자금의 90%가 국공채에 투자될 정도로 연기금의 장기 투자처 부족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뭔가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자율적 판단으로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가 연기금의 특정사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 결과적으로 국민부담을 늘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연기금의 SOC 투자만 해도 정작 투자 주체인 연기금은 가만히 있는데 당-정이 나서 ‘분위기’를 잡으려고 할 경우 연기금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현재 당-정이 예시로 제시하고 있는 SOC 투자분야 중 노인의료복지시설이나 보육시설 등 일부 분야는 경제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연기금의 SOC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철저한 경제성 검증작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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