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부총리에 바란다]“정치권에 NO라고 말하라”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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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치권에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는 노(No)라고 말하라.’ 경제 전문가들은 3년6개월 만에 ‘경제팀 수장(首長)’으로 돌아온 이헌재(李憲宰) 신임 경제부총리에게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껏 정책을 펴줄 것을 주문했다.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 등 풀어야할 경제 현안이 많지만 무엇보다 시장경제 원칙에 바탕을 둔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기(氣)를 살리면서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 신용카드 부실, 증권 투신 구조조정 등 각종 금융 현안을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진표(金振杓) 경제팀’에서 취약했던 부처간 조율기능의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정치논리를 배제한 정책을 펴야=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이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작년 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1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50.5%가 작년에 경제가 어려웠던 이유를 ‘정책혼선과 정책의 일관성 부재’라고 꼽았다.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출범한 ‘이헌재 경제팀’이 청와대와 여권(與圈)의 정치논리에 휘둘려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경우 적지 않은 후유증이 따를 전망이다.

이언오(李彦五)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이 부총리의 장점은 금융을 알고 결단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의 코드에 집착하기보다 실무형 인재를 전진 배치해 중장기 과제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왕(丁海旺) 한국금융연구원 원장도 “이 부총리가 총선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시기에 경제팀 수장을 맡아 정치적으로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원칙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십 부재(不在)에 따른 정책 난맥상 극복해야=재정경제부가 수석 경제부처로서의 리더십을 되찾아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김진표 전 부총리가 정책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요한 원인도 리더십 부재(不在)였다.

이규황(李圭煌) 전경련 전무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하위 부처에서 꺾이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며 “리더십이 있어야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석태(吳碩泰)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이헌재 카드의 의도는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일 것”이라며 “리더십 부재로 인한 정책 혼란을 수습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김대중(金大中) 정부때 금융감독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거물’인데다 특히 현 정부 경제팀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금융 분야에 밝다는 점은 일단 리더십 발휘의 필요조건을 갖춘 셈이다.

▽당장 풀어야 할 과제들=직접적인 경제정책과 관련해 이헌재 경제팀의 1차 과제는 꺼져가는 성장엔진에 불을 붙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축된 기업의 사기를 살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청년실업 급증 등의 문제해결도 궁극적으로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 부총리도 취임사에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되 먼저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 신용불안 해소 등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경제를 추스르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계현(高桂鉉)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다소 고통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장기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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