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美기업들, “反美를 감동시켜라”…현지적응 노력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31분


코멘트
해외 진출한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현지 적응’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현지화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반미(反美) 감정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 세계 곳곳에서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미국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메리어트호텔과 터키 HSBC은행에서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미국기업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지인의 소비특성 파악=현지화 노력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소매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음식료업계의 경우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기본. 맥도널드는 중동지역에서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닭고기로 맛을 낸 ‘맥아라비아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데리야키 맥버거’는 일본 맥도널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한국 던킨도너츠 매장에서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녹차향과 망고향 ‘쿨라타’ 음료가 준비돼 있다.

▽‘그들만의 문화’ 이해=현지인의 문화적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다. 인도네시아 맥도널드는 건물 주변을 이슬람 색깔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치장하고 현지인을 경호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또 매장 안에서는 이슬람 노래를 틀고 있다. 인도 맥도널드는 대다수 국민들이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야채와 고기 조리 주방이 분리돼 있음을 고객들에게 설명해준다.

일본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은 둘러서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나라에서보다 매장을 넓게 확보하고 있다.

필리핀 던킨도너츠에서는 6∼12개 도넛을 포장한 선물 팩이 인기가 좋다. 친지를 방문할 때 조그만 선물을 주고받는 필리핀 관습에 맞춘 것.

HSBC은행은 ‘세계의 지역은행(The world's local bank)’이라는 슬로건 자체가 현지화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기업의 ‘프랜차이즈’ 전략=미국기업들의 현지화 노력은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12개국 18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0% 이상의 응답자가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미국 브랜드를 자국산 제품보다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화 성공 요인은 대다수 미국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사업권을 분양하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고수했기 때문. 프랜차이즈를 분양받은 현지인들은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브랜드 영업규정을 어기지 않는 한 자국시장 특성에 맞도록 제품과 서비스 내용을 부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자율성이 부여된다.

경영 위험관리 컨설팅업체 크롤의 앤드루 마셜 이사는 “현지 커뮤니티 속으로 파고들어서 현지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기업 국적에 관계없이 테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