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취업경쟁률 87대1 사상최고…유한킴벌리 450대 1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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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쟁률 100 대 1은 흔해요. 200 대 1을 넘는 경우도 많은데요, 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세영씨(25)는 올 하반기 10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대부분 경쟁률은 100 대 1 이상. 최종 면접을 보기에 앞서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다.

취업 경쟁률이 끝없이 치솟고 있다. 취업난 때문에 하향취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일 취업정보 제공업체 잡링크(www.joblink.co.kr)가 올 하반기(7∼10월) 동안 신입사원을 뽑은 86개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경쟁률이 87 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올 상반기 83 대 1보다 높은 것으로 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이 가운데 취업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 기업은 35개사(전체의 40.7%)였고, 200 대 1 이상인 기업도 8개사(9.3%)였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회사는 유한킴벌리로 10명 모집에 4500명이 몰려 450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는 올 상반기 최고 경쟁률을 보였던 빙그레의 400 대 1을 훌쩍 넘어선 것.

이외에도 국민투자신탁운용(260 대 1), 애경산업(233 대 1), 남양유업(227 대 1), LG칼텍스정유(218 대 1) 등도 경쟁률이 높았다.

금융권은 고급 인력이 많이 몰렸다는 게 특징. 국민투자신탁운용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 전체 지원자의 5%를 차지했다. 산업은행은 공인회계사 135명을 포함해 미국공인회계사(AICPA), 금융위험관리사, 토익 만점자 등이 두루 지원했다.

이렇게 취업 경쟁률이 높고 고급 인력이 대거 몰리다 보니 자신의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는 경우도 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취업자 5840명을 대상으로 하향취업 실태를 분석해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58명(19.8%)이 ‘현재의 일자리에 비해 자신이 과잉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비율은 60세 이상이 17.9%, 50대가 18.3%, 30대 19.5%, 40대 19.6%에 머문 반면 30세 미만은 22.9%에 달해 연령이 낮을수록 하향취업 추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김기헌(金琪憲) 연구원은 “대규모 신규채용을 하던 기업들의 고용패턴이 외환위기 이후 경력직 수시모집으로 바뀌면서 젊은층의 취업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하향취업자의 경우 교육수준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답한 ‘적합 취업자’에 비해 임금 안정성 근로시간 발전가능성 복지후생 등 모든 측면에서 직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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