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債 시장’에 봄바람?…LG카드 회사채 거래 재개

  • 입력 2003년 3월 1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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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카드채 거래가 시작되고 카드채 전용 펀드가 설정되는 등 카드채 유동성 악화로 얼어붙은 채권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처럼 카드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거래가 시작됐다〓19일 오전 채권 시장에서는 만기 1년짜리 LG카드가 연 7.4%의 금리에 거래됐다. 같은 등급의 다른 회사채보다는 금리가 크게 높지만 끊어졌던 거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

이재욱 KIS조사평가팀장은 “첫 거래를 시작으로 7% 선에서 거래가 더 성사됐다”며 “사자호가는 7.5% 이상, 팔자는 7∼7.5% 선에서 호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카드채는 지난해 10월에도 가계 대출 문제가 대두되면서 만기 1년짜리 금리가 5.61%(11월6일)까지 올랐지만 전반적인 채권 금리 하락세 덕분에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그러나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이후 금리가 6%대로 오르기 시작해 17일부터는 카드사 신용 불안 때문에 사자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끊어졌다.

▽카드채 전용 펀드 등장〓카드채 값이 떨어졌을 때 사서 비쌀 때 팔아 이익을 내자는 펀드들이 속속 등장한다. 시장에 기관성 ‘사자’ 세력이 등장하는 것.

한국투신증권은 카드채에 자산의 90%까지 투자하는 ‘탐스 베이직 사모 장기 채권’ 펀드를 20일부터 모집한다고 밝혔다.

박동렬 과장은 “카드사들이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어 카드채가 정상적인 값을 회복할 경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은 3개월과 6개월짜리 ‘미래에셋 카드채 사모채권’ 펀드를 21일부터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판다.

대한투자신탁증권도 비슷한 상품을 곧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유동성 보강조치 더 필요〓시장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는 것은 우선 정부의 재빠른 카드회사 안정대책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펀드 환매 사태로 투신사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채권 시장 유동성을 보강하는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펀드 투자자들이 카드채가 들어 있는 펀드에서 나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은 시장이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채권안정기금 등 유통시장을 정상화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삼성투신운용 MMF 팀장은 “17일 발표된 정부 대책은 ‘카드회사의 부도’를 막는 것뿐이고, 투자자들이 채권을 ‘언제든지 손해 없이’ 팔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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