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 '美洲 경제불안' 비상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5분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발(發) 금융불안 가능성을 경고하고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회복 국면에 있던 미국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중남미에서는 브라질 레알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데 이어 멕시코의 페소화 가치까지 급락하면서 ‘미주 대륙발 경제불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수출의 최대시장인 미국은 물론 신흥시장으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의 경제악화가 회복기에 접어든 한국의 수출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주대륙 경제, 불안하다〓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20일 “올 하반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확률이 약 40%”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21일 사흘째 폭락해 9,253.79까지 떨어졌으며 최근 발표된 미국의 4월 무역적자는 전월에 비해 10.7% 증가한 359억달러였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도 유로화에 비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남미의 경제상황은 심각한 수준.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의 페소화는 21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98페소에 거래됐다. 이는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의 영향권 내에 있는 브라질 금융시장의 동요도 심상찮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브라질에 자금지원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브라질의 통화인 레알화의 가치가 매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충격 줄까〓중남미 시장은 한국의 주요 신흥시장. 휴대전화 자동차 선박 섬유 등이 주력 수출품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과 대외투자에서 각각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이 극도로 악화됐던 작년에도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은 3.8%의 성장세를 보였고 매년 6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김철희(金哲熙) 해외조사팀장은 “최근 브라질 레알화와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이들 나라의 수입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경기 전망이 계속 불투명해지고 있어 추가적인 수입물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및 중남미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과장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강문성(姜文盛) 미주팀장은 “최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실물경제 부분보다 작년 말 엔론사태 이후 형성된 금융부문의 불안 때문”이라면서 “미국의 실물경제는 견조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 확실하며 2·4분기나 3·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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