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오류-조작의 문제점]경제정책 '기초'부터 부실

  • 입력 2001년 9월 6일 17시 13분


경제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정부 통계가 잘못되거나 심지어 조작된 사례까지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통계의 왜곡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정책 집행에도 큰 오류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정부통계의 오류와 조작만 하더라도 △통계청의 실질임금 상승률 △노동부의 취업자집계 부풀리기 △재정경제부의 작년 세수(稅收) 전망 착오 등 3건. 이런 사안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올들어 정부의 경기전망도 단 한 차례나 제대로 맞춘 적이 없다 는 비판이 나올 만큼 예측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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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실질임금 상승률 뻥튀기

통계청이 11개월이나 실질임금 상승률을 잘못 작성,발표한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실제보다 임금상승률을 부풀려 발표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정책을 만들었다 고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의 취업자 통계가 35∼79%나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은 사실상의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런 엉터리 통계들을 바탕으로 고용정책을 세웠다는 비판을 듣더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징수액과 당초 예산상의 세수 추정치가 무려 56%나 차이가 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임금구조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당초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짠 것 등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이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정부로서 창피한 일 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경제학과 김종석(金鍾奭) 교수는 이번 사건들로 한국 관료의 비전문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심지어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유리하게 왜곡하기까지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며 올바른 통계없는 경제정책 결정은 눈가리고 운전하는 격 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통계시스템의 전면적 점검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朴裕聖)교수는 데이터 작성 과정에서 신뢰성을 높이려면 크로스 체킹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劉容周) 수석연구원은 허술한 통계가 양산되면 이를 기초로 하는 경제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 며 통계의 수준은 바로 그 나라의 수준 이라 말했다.

<권순활 박중현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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