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건설지원 '시큰둥'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0분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사재를 내놓는 상황에서 현대 일가족은 여전히 현대건설 지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몽헌 회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해결이 불가능해가족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회장은 6일 오전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을 만나는 등 다각도로 가족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장자인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이 나서지 않는 한 가족들의 일괄적인 지원은 기대하기 힘든데 두 정회장 사이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지원의 물꼬를 트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 기아차 정회장은 정몽헌회장이 미국에서 귀국하던 2일 지방으로 내려간데 이어 5일에는 아예 중국으로 향했다.정몽구회장이 이처럼 ‘매정하리만큼’ 지원불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연초 ‘왕자의 난’으로 인해 생긴 ‘감정’ 때문이다. 그룹 주변에서는 정몽구 회장측이 공공연히 정몽헌회장이 직접 연락해온 적은 한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정몽헌 회장이 직접 나서서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 상황은 달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준 고문도 적극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룹측은 이날 정몽헌회장과 정몽준고문이 만난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참여연대나 소액주주 등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범주를 벗어난 지원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윗선에서 어떤 언질도 없었으며 도와줄 만한 입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상영(鄭相永) KCC 명예회장은 적극적으로 가족이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나머지 가족들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공정거래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족이 나서서 도와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현대건설의 유상증자 참여나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 현대건설 보유지분의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주영(鄭周永) 전명예회장 및 정몽헌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차 지분 2.99%를 현대차가 매입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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