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벤처農대회]폐교서 '농업 르네상스'다짐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농업도 이제는 벤처 시대.’

농민들이 변신하고 있다. ‘위기의 농업’을 살리기 위해 벤처 정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전국 곳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6일 오전 충남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 금강초등학교.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 지난해 9월 폐교된 이 학교에 전국의 농업인 250여명이 모였다. 책상과 의자는 모두 치워졌고 교사 지붕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황량한 모습.

농업인들은 이곳에서 결의를 다졌다. 도시의 벤처기업이 허름한 창고에서 맨손으로 꿈을 키워나가듯 ‘버려진 학교’에서부터 농업의 르네상스를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1세기 디지털경제의 키워드인 벤처정신에 농업인들도 참여해야 합니다. 농업인 모두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때입니다.”

한국벤처농업포럼의 민승규박사(삼성경제연구소)는 “벤처농업은 코스닥에 등록해 주가를 올리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생산에만 급급했던 농업인들에게 소비자의 개념을 인식시키고 변화를 싫어하는 농업계에 경영과 마케팅 능력을 불어넣어 농업의 혁신을 이끄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벤처정신으로 이룩한 기술개발 사례들을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경기 의왕시의 한 농원은 죽은 나무를 되살려 그루당 100만∼500만원씩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공개했다. 농협중앙회 김양식 본부장은 이 기술에 대해 “대나무와 소나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를 되살리는 기술로 벤처기업화가 즉각 가능한 품목”이라고 평가.

옻칠에 비해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황칠액, 타우린 함량을 크게 높여 젓가락으로 들어올려도 노른자가 터지지 않는 ‘영양계란’ 등도 발표됐다.

경북 영덕의 고려키토산㈜은 영덕게의 껍데기에서 키토산을 추출해 수술용 봉합사와 의료용 솜을 제조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회사 박영광 연구소장은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은 유기농업 원료로 현재 경기 양평군에서 실험되고 있다”며 “벼 오이 부추 등에 사용한 결과 품질과 면역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2, 3년이면 썩어버리는 도라지를 최고 30년근까지 키우는 기술을 개발한 ‘장생도라지’는 이달 초 중국과 기술이전에 합의하는 등 기술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유자향수와 불미나리즙 누에고치약재 마늘식품 등 다양한 응용기술이 소개됐다.

현재 농업분야에는 이 같은 ‘벤처성 농업기술’이 100가지 이상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처농업포럼은 향후 벤처농업을 조직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연말까지 전국에서 10회 정도 설명회를 개최한 뒤 3개 이상의 벤처농업기업을 발굴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산군청으로부터 폐교된 금강초교의 관리를 위탁받아 농업벤처연구소로 탈바꿈시켜 농업개혁의 진앙으로 만든다는 각오도 다졌다.

학계와 전문가 벤처기업가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벤처인증센터 및 벤처캐피털과도 협의해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 전남과 경남지역에서 활동중인 벤처농업연구클럽과 연계하거나 통합하는 등 전국적인 연구조직도 만들기로 했다. 전남지역은 현재 24개 마을에 400여명의 농업인들이 클럽에 가입해 연구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인하대 경영학부 전용수 교수는 “농업인들은 그동안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생산 중심에만 머물렀다”면서 “이제 농업인 스스로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모험과 도전의 벤처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할 때”라고 말했다.

<금산〓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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