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세제개편안 입법예고]경유-중유에 중과세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35분


정부가 입법예고한 석유류 세제 개편안에 대해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과세 형평성을 무시한 징세편의주의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26일 경유에 붙는 교통세를 160원(ℓ당)에서 200원으로 40원 인상하고 중유와 국내선용 항공유에 대해 특별소비세 40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재경부는 에너지 소비절약과 환경오염 축소, 휘발유 등 다른 석유류와의 과세 형평성 등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류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 및 서민층 지원대책의 소요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급조됐으며 징세편의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산업경쟁력 약화 및 에너지수급 혼란〓대부분 산업용으로 쓰이는 경유와 중유에 대한 세금 인상은 산업체의 원가 부담을 늘려 제조업 경쟁력을 급속히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100% 산업, 발전용으로 쓰이는 중유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할 경우 수요가 급격히 LNG로 전환돼 전반적인 에너지 수급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유는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산되는 품목으로 현재도 50%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중유의 내수 감소는 해외 덤핑수출로 연결돼 국제시장의 제품가격 하락과 국내 산업의 무역적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중유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업자의 경우 외항업자는 특소세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영세한 내항업자는 고스란히 세금을 부담하게 돼 과세 형평성 논란과 함께 침체한 국내 연근해 어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복재 박사는 “중유에 대한 세금 부과는 굉장히 위험스러운 발상”이라며 “지금도 남아돌아서 헐값에 수출하고 있는데 세금을 붙이면 더욱 낮은 가격에 덤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박사는 “중유의 소비가 줄어들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LNG의 소비가 늘텐데 이는 결국 LNG 수입을 증가시켜 양쪽으로 낭비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과세 형평성 위배〓현재 석유제품은 배럴당 1.7달러의 수입부과금을 내고 있지만 LNG는 4분의1 수준의 수입부과금만 내고 있다. 관세도 석유제품은 5%, LNG는 1%만 부과한다. 따라서 에너지원간의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유에 대한 특소세 부과에 앞서 에너지원간 과세 형평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경유의 교통세를 인상할 경우 수송용이 아닌 산업, 상업용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봐야할 처지. 교통세는 원래 교통혼잡 유발 및 도로 파손 등의 원인제공자 부담차원에서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경유의 전체수요자 중 수송용은 59%에 불과하다.

특히 경유 세금 인상으로 LPG차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에 대처할 인프라는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 신규등록차량중 LPG차량의 구성비율은 96년 5.2%에서 99년 4월 현재 15.7%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 그러나 정부는 LPG충전소의 도심권 신설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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