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막자』 회사돈쓰기 이상열기…자사株취득 『펑펑』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상장회사들이 몰아닥칠 적대적 인수합병(M&A) 강풍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취득에 열을 올리는 등 막대한 회사돈을 쓰고 있다. 고금리 등에 따른 극심한 자금난에다 M&A 방어 부담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셈.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 입장에서 M&A 방어가 중요한 경영 과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오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사돈을 쓰는 것은 생산에 재투자해야 할 몫을 줄여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한 주식투자 허용한도가 종목당 55%로 확대된 지난해 12월11일 이후 이날까지 약 2개월간 자사주 취득에 나선 상장회사는 총 38개사. 주식 수로는 2천만주, 금액으로는 2천6백억원에 이른다. 이는 상장사들이 작년 1월부터 한도확대 이전까지 11개월여에 걸쳐 취득한 자사주 3천6백67만주(4천4백12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 특히 최근 정부가 외국인에 의한 M&A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사주 취득한도를 10%에서 33%로 늘려줌에 따라 자사주 취득 비용이 급증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투자신탁회사의 자사주펀드에 가입한 금액까지 합치면 전체 상장사가 경영권 방어에 쏟아부은 회사돈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증권거래소는 추산했다. 작년 12월22일부터 자사주 5백83만주를 사들인 ㈜SK(옛 유공)는 7일 현재의 주가 1만5천원으로 미뤄볼 때 약 8백75억원을 자사주 취득에 쏟아넣은 것으로 추산된다. LG화학과 동원증권 태광산업 LG산전 금강 등도 각각 자사주 취득에 1백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유증권 김경신(金鏡信)이사는 “과거 적대적 M&A에 맞서 무리하게 회사돈을 끌어 쓴 기업의 대부분이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며 자사주 취득에도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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