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유한킴벌리]셋방살이여도 年순익 1백억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9시 57분


「설립한지 27년이 되는데도 자기사옥이 없는 회사. 그래서 5년마다 이사다니며 셋방살이를 하는 회사」. 기울어가는 부실기업 얘기가 아니다. 매년 1백억원 이상 순이익을 남기고 국내 기업중 신용도가 높기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유한킴벌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본사를 서울 삼성동에서 대치동으로 옮긴 위생제지업체 유한킴벌리는 절대 부동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창사이래 전통. 단 한푼이라도 이익이 남으면 기술개발과 생산라인에 재투자한다. 『한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회사안에서는 부동산투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요. 그러나 요즘 부동산을 많이 가진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것을 보면 우리회사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이 회사 문국현(文國現·49)사장의 말이다. 이 회사는 창사이래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익이 났지만 모두 기술개발 등에 재투자했고 주주 배당액도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왔다. 꼭 토지가 필요한 생산공장의 경우에는 한뼘의 땅이라도 철저하게 활용한다. 이 회사 공장용적률은 다른 공장보다 3, 4배 높은 170%. 그래서 요즘같은 신용공황에서도 은행들이 돈을 갖다 써달라고 졸라댈 정도로 경영이 탄탄하다. 유한킴벌리는 미국 킴벌리클라크가 지분의 60%를 소유한 합작사이면서도 줄곧 한국인이 최고경영을 맡아왔으며 킴벌리클라크사와는 한번도 잡음이 없어 성공적인 합작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주 유일한(柳一韓)박사의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경영철학에 감명받아 지난 74년 입사, 95년부터 최고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문사장은 요즘 「제2의 도약」을 위해 본격적인 「글로컬리제이션」을 추진중이다.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과 「로컬리제이션(현지화)」의 합성어로 기초기술은 킴벌리클라크에서 받는다 해도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고유기술을 스스로 개발해 나간다는 뜻.아무리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현지고객의 욕구가 끊임 없이 바뀌기 때문에 이를 위해 품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업계 부동의 1위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평균 9개월에 한번씩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부동산 등 재테크에 투자하지 않고 이윤의 전부를 기술개발에 재투자하는 것이 이같은 이유다. 『이제 더이상 국내 최고기업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2005년까지는 아시아 최고의 위생제지업체로 성장해야지요』 일본의 가오, 아시아지역P&G를 경쟁상대로 지목하는 문사장은 각 사업부에 경영에 관한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자율경영으로 회사경영방식의 질적인 향상도 적극 꾀하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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