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한보인수 주판알 튕기기]재벌끼리도 『합종연횡』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정치판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합종연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권(大權)을 위해 적과 동지를 바꿔가며 연대작전을 펴는 대통령선거 주자들처럼 부실기업인 기아자동차와 한보철강 처리를 놓고 이해가 맞는 대재벌끼리 합종연횡하는 「용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기아자동차 인수 각축전〓현대와 대우는 삼성의 기아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연대, 기아를 지원하되 기아측의 자력 정상화가 불발로 끝날 경우 직접 기아 인수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은 현대 대우가 기아 인수 움직임을 표면화할 경우 그동안 물밑에서만 시도해온 기아 인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태세다. 양측은 기아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에 결정적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 현대와 대우는 표면적으로는 『기아의 정상화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기아 인수에 따른 손익계산을 이미 끝냈으며 이 점에서 두 그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 연간 1백40만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기아의 승용차부문을 인수할 경우 생산능력이 2백70만대로 늘어나 세계 10위권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현대는 특히 2000년까지 2백만대 생산을 목표로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기아를 인수할 경우 추가투자가 필요없어진다. 해외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는 또 기아의 해외사업부문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제2차 국민차사업을 따내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현대로서는 기아의 국민차사업을 「거저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 상용차부문이 특히 취약한 대우로서도 아시아자동차의 상용차부문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의 1백30만대 생산능력에 상용차 30만대를 더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기아는 기왕 매각된다면 삼성보다는 현대 대우 쪽에 더 호의적인 입장. 이에 따라 기아는 포드가 기아자동차 지분 19.47%를 매각할 경우 현대 대우측에 넘기도록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보입찰에 현대 끌어내기〓한보의 유력한 인수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그룹이 한보입찰 불참을 고집하자 삼성그룹에 이어 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이 분할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달초 삼성이 『아무도 안나서면 우리가 인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도 현대가 꿈쩍도 하지 않자 이번엔 포철과 동국제강이 컨소시엄을 구성,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밝히는 등 본격적인 「현대 끌어내기」에 나선 것. 삼성과 포철 동국제강은 한보 인수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한보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와 채권금융단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동원됐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특히 포철 동국제강이 제시한 인수대금 2조원은 채권단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고 자산인수 방식도 사실상 실현성이 적어 채권단이 추진한다고 해도 연말까지는 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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